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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 배 오른 보험료... 우체국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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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상품 95.3%, 1년 19.7% 올려
지난해 말 나온 금융당국 지침과 배치
월 3만5000원 내던 가입자 8만원 넘기도


[파이낸셜뉴스] #. 60세 여성 송모씨는 얼마 전 우체국으로부터 황당한 우편을 받았다. 가입된 실손보험 보험료가 7만8000원으로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이전까지 납부한 3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함께 가입한 20대 아들 보험료도 크게 올랐다. 1만5000원이던 것이 2만4500원으로 훌쩍 뛰었다. 2010년에 처음 가입한 후 2015년 한 차례 갱신했지만, 이렇게 많이 오른 건 처음이었다.

송씨는 놀란 마음에 우체국 담당자에게 문의했지만 정책변경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가입자만 100만명이 넘는 5년 갱신 상품 보험료를 두 배 가량 올렸기 때문이다. 1년 갱신 상품 인상률도 19.7%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에게 올해 실손보험료를 한 자릿수로 올리라고 주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민간 보험회사들은 눈치를 보는데 정부기관인 우체국이 앞장을 서 당국의 지침을 어긴 꼴이다.

우체국은 민간 보험사들과 달리 정부로부터 지침을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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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체국 실손보험 가입자가 받은 보험계약 자동갱신 안내. 3만5000원이 안 되던 월 보험료가 7만8000원 수준으로 오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독자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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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5% 올랐는데 보험료는 95.3%?

28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우체국 5년 갱신 실손의료비보험 보험료가 평균 95.3% 올랐다. 한 달 3만원을 납부하던 가입자가 매달 5만8500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성별과 나이대별로 인상률이 달라지는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60세 여성은 기존대비 두 배가 넘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평균 보험료만 월 8만1000원에 이른다.

훌쩍 뛴 보험료에 놀란 건 송씨만이 아니다. 올해 갱신주기가 도래한 5년 갱신 실손보험 가입자 모두가 우체국으로부터 비슷한 통지를 받았다. 5년 갱신 상품 가입자 100만 명 모두가 기한이 도래하는 대로 이 같은 통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갱신된 보험료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란 점에 있다. 갱신에 따라 한 달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는 60세 남성 기준 6만5000원 내외다. 50세 여성은 5만2000원, 60세 여성은 8만1000원 안팎이다. 민간보험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5년 간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이 5%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분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체국은 5년 만에 보험료가 갱신되는 상품이어서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체국 관계자는 “민영에선 5년 갱신 상품을 판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좋은 취지로 판매했다”며 “만기가 5년 만에 도래하며 체감이 1년(갱신 상품)에 비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너무 많이 오르는 게 적정하지 않을 수 있고 계약자들도 부담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전환제도를 만들었고, 부담스러운 사람은 지금 판매하는 (1년짜리) 실손으로 옮기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년 갱신 상품을 1년 갱신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당장 내야 할 보험료가 절반 이하까지 조정돼 부담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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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손해율... 가입자에게 떠넘기나

하지만 19.7% 오른 1년 갱신 상품 역시 인상률이 높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초 다수 민간 손해보험사가 9%대 실손보험료 인상을 공지한 것에 비해 2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금융위원회 고시인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각종 통계를 기초로 갱신보험율을 정했다고 주장한다. 그중에서도 연 1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가입자들이 보험회사에 100원을 납부하고 130원을 받아간다는 뜻으로, 보험료 인상 없이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이 같은 논리엔 당초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판매한 우체국의 책임이 생략돼 있다. 당시 경영진의 결정으로 판매한 상품에서 손해가 발생한 것을 소비자 부담으로만 전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융당국 역시 일찌감치 “리스크 관리를 못한 책임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료를 10% 이하까지만 올리도록 주문한 것도 보험사가 어느 정도 손실을 흡수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체국 실손보험 가입자 김도영씨(39)는 “손해를 많이 봐서 올리는 거야 이해를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설계를 잘못해 생긴 일이면 우체국에도 책임이 있는 건데 일방적으로 보험금 인상을 통보하는 건 떠넘기기 아닌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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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보험사는 눈치보는데...

실손보험은 지난해 6월 기준 가입자 3800만명을 넘겼다. 국민 네 명 중 세 명이 가입한 것으로 사실상 공적 성격을 가진 보험으로 분류된다. 국가 의료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책임져 국민 의료비부담을 낮추는 사회안전망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금융당국의 지침까지 어겨가며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게 부적절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곽호성 변호사(법무법인 신원)는 “우체국 보험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관장하는 데다, 국가의 보험금 지급은 물론 보험의 종류나 보험계약의 효력, 변경 등을 법으로 규정해 특약으로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우체국보험금의 수급권자를 보호하는데 그 취지가 있는데, 보험료 인상이 과도할 경우 경제적 약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우체국보험 가입자들에게 계약 당시 예측하지 못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법률 위반은 없지만 우체국이 본래 목적에 맞게 보험사업 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보험업계에선 실손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을 더 자주 찾고 병원 역시 보험 가입자에게 과잉진료를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의료보험 보장범위를 넓힌 이른바 '문재인 케어' 이후 실손보험 운영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리란 평가도 있었지만, 업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당초 민간 보험사들은 20% 가까이 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말 나온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9% 내외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현재까지 우체국보다 높은 실손보험 인상률을 발표한 곳은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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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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