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CNN·국제단체 ‘n번방 사건’ 보도…“정부 대응 공백 드러났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신과 국제인권단체가 텔레그램 ‘n번방’사건을 보도하며 한국의 성범죄 관련 처벌과 예방책 마련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CNN 방송은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한국의 젊은 여성 수십 명이 암호화 메시지앱에서 성노예를 강요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CNN은 기사에서 이번 사건의 개요를 자세히 보도했다. 핵심 피의자 조주빈(25·별명 박사)이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만들어 메시지 앱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또 약 26만명의 사용자들이 비용을 내고 단체 채팅에 접속했다으며 피해자 74명 가운데 최소 16명이 미성년자였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만연한 여성혐오와 성적학대를 해결하려는 한국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씨를 비롯해 관계자 124명이 체포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문하는 등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CNN은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많은 한국인은 더 강력한 수사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사건 주동자에게 가장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모든 관련자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40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현행법상 아동 성범죄 관련자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음란물에 나오는 사람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시청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법체계는 범죄자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사법체계가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CNN은 또 메신저앱 텔레그램의 한계도 지적했다. CNN은 “텔레그램의 암호화 기술은 전 세계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됐지만, 이번 사건에선 채팅방 참가자들을 익명으로 남게 해줬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텔레그램에 응답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응 공백이 드러난 사건”



한편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도 이번 사건을 조명했다.

에리카 은구옌 HRW 여성권리국 코디네이터는 26일 이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건을 언급했다.

은규옌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의 온라인 성적 학대 사건으로 정부 대응 공백이 드러났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의 법은 여전히 많은 범죄자가 중형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집행·피해자 지원 사이에 커다란 공백이 있다”며 경찰과 검찰이 성범죄 사건을 무시하거나 잘못 다뤄 피해자들에게 2차 트라우마를 주는 일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규엔은 “한국 등 각국 정부는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여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신중히 개정해야 한다”면서 “경찰·검찰·법원은 피해자의 권리를 모든 사법적 대응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