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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준기의 미국in]英총리도 못 피한 코로나19…美 대선후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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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대 후 후보 공석 땐…대의원 447명이 후보 재선출

종전 대의원의 9분의 1 수준…정당성 논란 불거질 가능성 커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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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우리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죠. 그들 모두는 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으며,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의회·대통령 관계를 전공하는 미국 럿거스대학 정치학과의 로스 베이커 교수가 미 인터넷매체 복스를 통해 내놓은 발언이다. 코로나19가 미국을 덮친 가운데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합’을 위해 경쟁 중인 미 민주당의 두 후보, 조 바이든(77·사진 왼쪽) 전 부통령·버니 샌더스(78·오른쪽) 상원의원도 ‘안전지대’에 놓여 있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세계 주요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게 이를 극명하게 웅변하고 있다.

◇바이든·샌더스 모두 70대 고령…안심 못해

현재 바이든·샌더스 모두 건강하다고 한다. 바이든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경선마저 중단되자 델라웨어 자택에 머물다, 최근 정례 온라인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트럼프가 거의 매일 백악관 코로나19 TF팀의 기자회견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하자, 가만히 웅크리고만 있진 않겠다는 거다. 반대로 샌더스는 다소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 상원의원인 만큼, 대다수 상원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탓이다.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접촉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문제는 이들 모두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70대 후반의 고령이라는 점이다. 나라마다 통계가 제각각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60대까지 1% 대에 불과한 코로나19 치명률이 70대는 6.51%, 80대의 경우 15%로 급상승한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민주당 경선은 어떻게 될까. 아직 미국 역사상 한 정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질병 등의 이유로 공석이 된 전례는 없다. 한 마디로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물론, 유력후보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해도 향후 회복 가능성이 크다면 문제될 게 없다. 굳이 전당대회에 등장할 필요 없이 서면이나 전화를 통해 후보 지명을 수락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렀을 땐 말이 달라진다. 기준점은 7월 13~16일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다.

전당대회 전 유력 대선후보가 공석이 된다면, 민주당은 당연히 후보를 다시 뽑을 것이다. 마케트대 정치학과의 줄리아 아자리 교수는 “확보한 대의원 수가 과반을 이미 넘었거나, 넘지 않더라도 명백하게 선출될 가능성이 큰 후보가 질병 또는 이로 인한 사망 등의 이유로 공석이 된다면, 이론적으로 대의원들은 전당대회 기간 (투표 등을 통해)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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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후 후보 공석 땐 ‘정당성’에 흠집

반대로 전당대회 후 후보가 공석이 된다면 사안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대의원 전원을 다시 불러 전당대회를 치르기는 물리적으로 역부족이다. 뉴욕대 로스쿨의 리차드 필데스 교수는 “민주당은 당 전국위원회(DNC)를 특정해 후보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봤다. 실제 민주당 당규를 보면, 전당대회 이후 대통령 또는 부통령 후보 지명자가 사망·사퇴 등으로 공석이 될 경우 DNC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협의해야 하고 이후 당 지도부는 공석을 채울 권한을 DNC에 넘기도록 규정했다.

이와 관련, 복스는 “톰 페레즈 DNC 위원장이 당내 서열 1~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현 민주당 주지사협회장)와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모두 447명으로 구성된 대의원이 새로운 후보를 만나고, 심의하고, 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정당성’이다. 447명의 대의원은 기존 대의원 규모(3979명)의 9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2의 ‘시카고 전당대회’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로버트 케네디 후보의 잇따른 암살 충격 속에 진행된 당시 전당대회는 민주당 전대 역사상 최대 오명으로 기억된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경선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허버트 험프리에게 표를 몰아줘 후보 자리를 준 사건이다. 이에 반대에 시위에 나선 당원들과 무력 진압에 나선 경찰 간 큰 충돌이 벌어졌고, 이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결국,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의 몫이 됐다.

민주당은 당시 전대를 교훈삼아 1972년부턴 전당대회 전에 사실상 후보를 확정하는 지금과 같은 전대의 틀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바이든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215명으로, 샌더스(910명)를 압도한다. 매직넘버(1991명)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샌더스가 남은 23개 주 역전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희박하다는 게 미 정치권의 관측이다.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조 바이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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