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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징역 1년6월인데 불기소?" 정신과의사 故 김현철 사망 오보에 성폭력 피해자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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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러 예능과 시사 방송을 통해 이름이 알려졌던 정신과의사 김현철씨가 지난 27일 사망했다. 출처|김어준의 파파이스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불기소 처분이라니?”

28일 MBC‘무한도전’, 한겨레TV‘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던 정신과의사 김현철씨가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의 사망 전 행적에 대한 오보가 속출해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K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해온 김 씨는 2019년5월 내원환자 및 병원 여직원들을 상습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최근에는 자신의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아왔고 사망한 당일 오전 경찰은 관련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인면수심의 범죄를 벌여온 김 씨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를 유혹하는 ‘그루밍 성범죄’ 행위를 반복적으로 벌였을 뿐만 아니라 향정신성 의약품을 남용하는 등 정신과의사로써 직분을 이용해 범죄를 적극적으로 벌이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김 씨의 사망기사에서 최근 1년간 행적이 사라진 채 경찰의 부실수사로 불기소 처분됐던 사실이 더 크게 알려지면서, 마치 억울한 추문의 희생양인듯 포장돼 피해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사 김현철 성폭력 폭로계정’을 운영 중인 피해자 A씨는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앞날이 촉망받는 젊은 의사가 안타깝게 죽은 것처럼 기사를 복붙하고 있다”면서 “그 사건은 여러 건이 병합되어 있었고 직원분들은 성추행의 피해자, 저는 협박과 환자비밀누설의 피해자였다. 환자 간음 사건은 아시는 것처럼 대법원 재항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언론, 검찰, 사법부 모두에게 분통이 터진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피해자들의 운동을 지지해온 또 다른 네티즌도 “김현철의 성착취 이슈가 어느 정도 표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게 2017년 겨울 정도였던 듯. 그리고 김현철이 잘못했다는 인식이 생기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고, 2년이 지나서야 1심 판결이 나왔다”면서 “김현철은 도망쳤지만 김현철을 비호했던 사람들과 피해자 목소리에 귀닫고 제 식구 비호하기에 바빴던 의협과, 성범죄에 무지하고 가해자에만 공감하는 사법체계는 아직 남아있다”라며 분노했다.

A씨의 말처럼 실제로 김씨가 법원의 처벌을 받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2017년에 환자 성폭행으로 고소됐지만 2018년12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내원한 또 다른 환자가 2019년5월 김씨를 고소했지만 이 역시 경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방송된 MBC‘PD수첩-굿닥터의 위험한 진료’에서 김 씨의 그루밍 성폭력이 알려지고, 경찰의 잇단 불기소처분으로 김 씨가 여전히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급반전했다.

당시 방송에서 김씨는 정신과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심리적으로 깊게 의지하게 되는 ‘전이’상태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자신의 성적만족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환자에게 “감당할 수 있으실까요? 저는 한 번 만나면 시시하게 안 만나요” “그럼 통원치료와 무관히 1차 치료는 종결된 걸로 하겠습니다. 전 만나면 먼저 섹스를 하자고 얘기하지 싶습니다. 호텔로 모셔도 될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는 오히려 환자들이 자신에게 들러붙었다며 스스로 “성폭행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진 지 2년여만인 지난해 11월 김씨는 처음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지민 부장판사는 여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3년 직원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2명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고 자신이 치료한 환자와 관련된 사안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혐의,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친 직접 환자를 만나지 않고 진료를 하는 비대면 의료행위, 자기 가족이 120여 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추가 기소됐다.

김씨는 40시간 성폭력치료 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보호기관 취업 제한명령을 받았지만 이후 계속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에서 정신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의사면허가 박탈되지도 구속되지도 않았다.

집행유예 상태에서 4개월간 병원을 운영했던 김씨는 결국 자신의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 직전 세상을 떠나 끝까지 법적 처벌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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