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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중국판 'n번방' 다단계처럼 모집···불법도박과 검은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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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로 떠오른 중국판 ‘n번방’ 실체

회원 모집은 다단계 판매 방식 사용

신규 회원 가입시키면 포인트 획득

‘n번방’이 불법 도박 사이트 입구

중국판 ‘n번방’ 사건의 실체가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선 이제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아동 음란물을 취급하는 사이트의 정체와 회원 모집 방식, 심지어 불법 도박 사이트와의 연관성까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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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리왕이 홈페이지에 왼쪽부터 차례로 ‘최근 가입회원’ ‘점수 획득순위’ ‘추천인수 순위’ 명단을 공개했다. 1만 3925점을 획득하기 위해선 무려 1600여 명을 끌어와야 한다고 한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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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중국판 ‘n번방’에 해당하는 사이트 다섯 군데를 폭로해 중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던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29일에도 중국 아동 음란물 사이트의 다양한 운영 방식을 파헤치는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우선 교묘한 회원 관리와 가입비 지급 방식이다.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판 ‘n번방’의 하나인 ‘아이유클럽(i幼俱樂部)’의 경우 회원은 112위안(한화 20,800원)에서 358위안(61,500원)까지의 가입비에 따라 여섯 등급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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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n번방’ 중 하나인 아이유클럽이 ’바로 가입하라“고 선전하고 있다. 가격은 달러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는 위안화라고 한다. 112위안에서 358위안까지 다양하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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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엔 가입비가 달러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는 위안화라고 신경보는 밝혔다. 이 같은 차등적인 가입비 지급에 따라 회원은 아동 음란물을 보는 시간과 방문 횟수, 영상 속도,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에서 서로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운영도 매우 은밀하게 이뤄져 여러 차례 사이트 주소를 건너뛴 다음에야 비로소 접속할 수 있으며 신경보 취재 시 실시간 동시 접속자는 1000여 명에서 1400여 수준이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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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인 야먀오논단. 27일 새벽 현재 회원 수가 860만 3929명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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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비 지급도 교묘하게 이뤄졌다. QR 코드를 찍어 돈을 지불하는 방식인데 매번 돈을 받는 수취인의 이름이 달랐다. 이와 관련 오랫동안 중국의 아동 음란물을 신고해온 황(黃) 모씨는 처음엔 쉽게 배후의 운영자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의 하나인 QQ에서 신분증과 메신저 프로그램인 위챗(微信) 인증을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이가 있어 가입비를 받는 배후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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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n번방’ 중 하나인 뤄리왕이 ‘만일 당신이 친구 하나를 데려오거나 가입시키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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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확대는 다단계 판매 방식이 이용됐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또 다른 중국판 ‘n번방’인 뤄리왕(蘿莉网)의 경우 링크 공유 방식으로 새 회원을 모집했는데 기존 회원이 다른 이를 일단 링크시키면 1점, 그 사람을 새로운 회원으로 가입시키면 3점을 얻는 방식이었다.

뤄리왕이 ‘수익 순위표’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용자 ‘리슈충(xiucungLee)’은 무려 554명의 신규 회원을 끌어들였다. 또 ‘dfgdfgf’는 공유 사이트 링크 등을 통해 1만 3925점을 획득했는데 이는 1만 3925위안에 해당하는 돈이라고 신경보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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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경보는 중국 내 여러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찾아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의 불법과 불량정보 신고센터에 제보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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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만 3925점을 얻기 위해 끌어들인 신규 회원 수는 약 1600여 명에 달한다고 신경보는 말했다. 뤄리왕이 사이트에 공개한 ‘수익 순위표’ 명단에는 1만점 이상을 획득한 사람이 9명에 달했다.

중국판 ‘n번방’은 불법 도박 사이트와 깊숙이 연계돼 있었다고 신경보는 밝혔다. 많은 네티즌이 우선 아동 음란물 사이트에 들어간 뒤 다시 이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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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은 28일 ‘국내판 n번방’ 등이 유해 정보를 전파한다는 상황을 접수했으며 제보에 감사를 표함과 함께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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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한 해 30만 위안(한화 5150만원)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중국판 ‘n번방’은 또 아동 음란물 앱도 출시했으며 여기엔 미성년 여아와 남아에 대한 성 침범 등의 영상이 가득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현재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과 불법 음란물 단속반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국적인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 당국은 엄중한 법률적인 책임을 물어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나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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