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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화장품 로드숍 ‘무더기 폐업’ 위기…코로나로 매출 50%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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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가맹점주 48% “코로나 이후 매출 51%이상 급감”

-일부 점주 폐업했거나 고려…“온라인 수익 창출도 어려워”

-화장품 본사 가맹점주 지원 나섰지만…“어렵긴 마찬가지”

헤럴드경제

지난 24일 화장품 매장들이 늘어선 강남 대로.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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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여태까지 간신히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장사를 접어야하나 싶어요.”

24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의 아리따움 매장. 계산대 뒤에 앉은 가맹점주 유모(60) 씨는 무기력한 목소리로 “수년째 매장을 운영했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때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 씨에 따르면 ‘장사가 잘 되던 시절’에는 직원 3명을 두고도 월 순이익 400~500만원을 냈다. 그러나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줄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유 씨는 “그나마 꾸준히 내던 매출도 이제는 0원”이라며 “직원까지 줄이고 혼자 매장을 보고 있지만 임대료를 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이미 화장품 업계 출혈경쟁과 온라인 쇼핑몰 증가,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인 화장품 로드숍 줄폐업의 시발탄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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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점주 64% “매출 40% 이상 줄어…폐업도 고려”=29일 헤럴드경제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화장품 로드숍들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가협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310명의 화장품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매출 변동’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4%가 ‘매출이 51% 이상 감소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매출 감소율에 따라 41~50%가 16.1%, 31~40%가 21%, 21~30%가 9.7%, 11~20%가 4.8%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화장품 가맹점주들은 폐업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응(복수응답)으로 영업시간 축소(89.9%), 인원감축(45.9%), 대출로 운영자금 확보(31.6%), 휴업·폐업(8.7%) 등을 꼽았다. 앞으로의 대응 예정 조치(복수응답)로는 영업시간 축소(57.7%), 인원감축(53.8%), 대출로 운영자금 확보(42,3%), 휴업·폐업(19.2%)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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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화장품 매장 앞에 제품 50% 할인 판매를 알리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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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대안?…화장품 점주 “출구가 없다”=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은 ‘살길 찾기’에 분주하다. 손님이 끊긴 식음료 매장들은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고 리빙·패션 매장들은 온라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 가맹점주들에게는 죽어가는 오프라인 매장을 살리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

화장품 가맹점주들은 다른 자영업자들과 달리 매장 화장품을 직접 온라인에 판매할 수 없다. 화장품 본사가 이미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있거나, 중간 유통업자를 거쳐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몰도 있지만 온라인 판매 수익을 가맹점과 나누는 업체는 이니스프리 등 소수다. 가맹점주들은 이러한 수익조차 크지 않아 오프라인 매출 감소분을 만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혁구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회장은 “대다수 화장품은 쿠팡·11번가·G마켓 등 온라인몰에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며 “본사 직영몰의 매출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라 수익이 낮은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은 손님이 끊기고 온라인은 막혀 방법이 없다”며 “화장품 가맹점주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본사 지원 나서지만…점주들 “여전히 어려워”=화장품 본사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가맹점에게 3월 월세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기존에 판매했던 상품을 되사는 ‘환입’을 10배 확대하기로 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가맹점에게 100만원 상당 제품과 위생용품을 무상지원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매장 직원들에게 손소독제를 무상지급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인건비·상품 등 총 8억원을 지원했다.

이처럼 화장품 기업들은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점주들은 본사나 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가협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받은 지원(복수선택)으로 마스크·손소독제 지급(78%)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복수선택)은 가맹금 감면(45.2%)이었다.

화장품 가맹점주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지원(복수응답)으로는 매출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 현금지원(77.4%)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가가치세 감면(62.6%), 고용된 노동자의 4대 보험료 지원 등 임금 보전(39.4%), 확진자 동선에 따른 매출 손실 지원(23.9%)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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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급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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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도 매출 30% 이상 급감…인력·비용 감축=화장품 본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화장품 본사 매출은 30% 이상 줄었다. 특히 명동·홍대·강남 등 주요 상권에 포진해있는 직영점의 매출도 급감했다. 대표적으로 월 매출이 5억원에 이르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3월 들어 월 매출이 5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강남 사거리에 위치한 다수 화장품 직영점 직원들도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최대 50% 줄었다”며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도 퇴근 시간 이후에는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본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이달부터 인력과 비용 감축에 나섰다. A화장품 본사는 직영점의 직원을 3분의 2수준으로 줄이고, 본사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B화장품 본사는 4월부터 본사 직원들에게 월급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본사 관계자는 “본사 매출이 30~50% 가까이 줄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인력과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지만 기약이 없어 암담하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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