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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업-은행 조달금리 차 금융위기 이후 최대…기업 신용위험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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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은행의 신용도 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정부와 한은이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섰기만 결국은 실물경제 회복이 관건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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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격이 덮친 서대구산단 (대구=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이 막히면서 20일 서대구산업단지 입주업체 조업률이 10%대로 떨어졌다. 내수시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서구 중리동 서대구산업단지 전경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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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1.56%였던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이달 27일 2.09%로 상승했다. 이는 2015년 3월 11일(2.1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1.41%에서 1.10%로 0.3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CP와 CD 금리 격차는 0.99%포인트로 벌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30일 이후 최대치다. 0.15%포인트였던 둘의 격차가 불과 한 달도 안 돼 약 1%포인트로 치솟은 것이다.

CP와 CD 금리는 기업과 은행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도를 뜻한다. CP 금리는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CP와 CD 금리 모두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이번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일단 CP 금리가 상승하는 건 기업 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신호다. 코로나19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영향이다.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 급락과도 관련이 있다. 다수 증권사가 추가 증거금을 내기 위해 대규모로 CP를 발행하면서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CP의 주요 수요처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급감한 것도 한 요인이다. MMF는 단기 회사채와 CP 등 단기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한다. 그런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달 들어서만 설정액이 10조원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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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윤면식 한은 부총재 (서울=연합뉴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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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건 기업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다행히 4월 초쯤이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리란 분석이다. 신용 경색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이중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가 4월 초부터 가동된다. 한은이 꺼낸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카드도 실제 집행되는 다음 달부터는 가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급한 불은 끄겠지만 충분하진 않다. 단기자금 조달 시장에서 금리가 안정되려면 기업의 상황이 괜찮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실물경제 위기를 진화하지 못하면 신용 위험 증가 또한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중요한 건 코로나19의 지속기간”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기업의 실적, 수출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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