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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박사방 모조리 무기징역 해달라"…법적으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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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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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판매‧유통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또 다른 텔레그램방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닉네임 ‘태평양’ 이모(16)군 재판의 담당 판사를 교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재판을 맡은 부장판사가 과거 성폭력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며 반발 여론이 확산한 것이다.



조주빈 혐의 최대 ‘무기징역’



경찰이 조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적용한 혐의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상 아동음란물제작‧유사성행위·강간) ▶형법상 강제추행·협박·사기·강요·강요미수·살인음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12개 혐의다. 이 가운데 법정형(법에서 정한 형량)이 가장 높은 건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과 ‘미성년자 강간’이다. 아동청소년보호법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법 7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자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는다.

법정형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조씨에게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지만, 최고형에 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만 조씨가 직접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강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가해자들에게 이를 시켰다면 직접 행동을 함께한 것과 같은 양형으로 처벌받는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켰다고 형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같게 처벌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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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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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범죄유형별 1심 유기징역 평균 형량은 강간이 5년 2개월(62.3개월), 음란물 제작 등이 2년 5개월(29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조씨의 혐의가 대부분 입증될 경우에도 대법원 양형기준 등을 고려하면 ‘법정 장기형(10년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지난 25일 일부 현직 판사들은 양형위원회의 형량 기준이 너무 낮다며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키도 했다.



‘관전자’도 처벌하려면…범죄단체조직죄 관건



검찰은 조씨를 ‘범죄단체 조직죄’(형법 114조)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렇게 되면 텔레그램방 회원들이 영상물을 제작하는데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조씨와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주범 뿐 아니라 종범들의 형량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고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최소한의 통솔체계 등 4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범죄단체’가 성립한다. 그러나 과연 이른바 ‘관전자’들이 공동의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단체의 규약을 따르겠다는 의미인지, 영상을 본 이용자로 판단할 것인지는 이견이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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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조주빈, 주말 소환 없는 이유는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는 지난 26일과 27일 양일 동안 2차례 조씨를 소환 조사한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혐의가 12개에 달하고, 수사기록 1만2000쪽 분량으로 또한 방대하기 때문에 검토 시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씨를 소환하는 한편, 구속 기간을 연장(최대 20일)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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