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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해외주식 비중 커져… 코로나 리스크 관리 ‘미래의 밥줄’ 관건 [마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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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노후 보장 핵심’ 국민연금 대해부 / 5000억으로 출발… 기금적립금 736조 성장 / 2019년 운용수익률 11%… 99년 이후 최고치 / 채권 투자 비중 낮추고 주식 비중은 늘려 / 코로나 여파 증시 32% 폭락… 수익률 낙하 / 3월 들어 2조5000억 순매수 공격적 투자 / 경기회복땐 수익 전환… 장기적 관점서 관리

세계일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33)씨는 젊은 나이에도 은퇴 후 고정수입에 걱정이 많다. 김씨가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적립하고 있는 연금은 국민연금, 연금보험, 퇴직연금 총 세 가지다. 김씨는 자신의 월급 중 평균 17만원 상당을 국민연금에 납부한다. 비율로 따지면 김씨의 월급 중 5% 상당이다. 김씨가 400개월(33년4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꾸준히 납부했다고 가정하면 총 납부액은 대략 1억6100만원 정도다. 김씨가 만 65세 이후 매월 받는 국민연금 액수는 107만원 상당. 같은 시기 매월 각각 60만원 정도를 받는 연금보험, 퇴직연금과 비교해봐도 많은 액수다. 국민연금이 만 65세 이후 김씨의 고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어림잡아도 절반에 가깝다. 만약 김씨가 노후에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연금으로 생활한다면, 국민연금은 노후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노후보장의 중심이자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

국민연금제도가 시작될 당시 5000억원으로 출발했던 적립금은 지난해 736조7000억원으로 커지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제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를 상당 부분 책임지는 핵심적인 사회보장제도로 자리 잡았다.

일하는 국민이라면 거의 대부분 국민연금에 가입한 만큼, 국민연금의 운용수익은 미래의 ‘밥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국민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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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11.3%로 1999년 설립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설립한 이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거둔 적은 2009년, 2010년 이후 세 번째다.

국민연금이 최근 들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배경은 포토폴리오를 채권 투자 비중을 낮추고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인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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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만 해도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채권투자 77.5%, 주식투자 17.8%, 대체투자 4.5%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채권 48.0%, 주식 40.5%, 대체투자 11.5%로 눈에 띄게 주식투자 비중이 커졌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채권보다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운용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투자로 수익률을 늘렸다는 평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 국한되지 않고 적극적인 해외주식 투자로 수익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총 자산인 736조6540억원 중 해외주식 비중은 166조5280억원(22.6%)으로 나타났다. 국내주식 자산 132조2610억원(18.0%)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국민연금 수익률의 비결도 해외주식 투자에 있었다. 지난 연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1단계 무역합의 타결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국민연금은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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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에서만 30.63%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 국내주식 투자 운용 수익률은 12.58%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연금기금의 규모는 2024년 1000조원, 2041년 1700조원에 이를 예정”이라며 “향후 10년은 유동성 부담 없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만큼 해외투자를 보다 활성화해 기금 수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불황… 어떻게 헤쳐나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국민연금의 운용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이 기간에 코스피만 약 32.54%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기준 약 298조8000억원이었던 국민연금의 국내외 주식 가치액도 변동이 생겼다.

코스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ACWI)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32.06% 떨어졌다. 이 지수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운용에 토대가 되는 지수다.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지수만큼 손실을 기록했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손실은 90조원 이상이다. 이 추정 손실액은 지난해 국민연금이 국내외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53조9000억원을 훨씬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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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거래일 대부분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누적 순매수액만 2조5000억원이 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국내외 주식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만큼, 일시적인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수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0.19%에 머물렀으나 이듬해부터 주식이 반등하면서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0.39%, 10.37%로 2년 연속 높은 운용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금운용 원칙에 따라 자산의 가격 변동성과 손실 위험을 허용범위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운용성과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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