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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인간, 로봇에 손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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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과학]

중국에 로봇만 배치한 임시병동 등장

식사·약 주고 의료진과 스크린 연결

병실 살균·폐기물 운반 등에도 활용

스페인선 로봇 도입해 검사 능력 4배

서울의료원도 살균 로봇 등 시범투입

의료진 감염 위험·업무 부담 덜어줘

인공지능, 확산 예측서 탁월한 능력

감염병 대응 효과적 수단으로 주목

로봇 연구·개발에 큰 기회 왔지만

활동 영역·작업 수준 아직 제한적

“지속적 연구로 다음 사태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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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7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염병)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한 병원에 의료진 대신 로봇을 배치한 임시병동이 생겼다. 로봇이 하는 일은 환자들에게 식사와 음료, 약물을 제공하고 병동을 소독하는 것이다. 병동 밖의 의료진은 환자들이 팔에 착용한 맥박 및 체온 측정 센서가 보내주는 정보를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고 로봇에 원격으로 지시를 내린다. 로봇병동을 설치한 이유는 의료진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병동을 로봇 운영 체제로 바꾸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동시다발적으로 인류를 미래 실험의 장으로 떠밀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몇년이 걸릴 일이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선 온라인을 이용한 재택근무·원격수업 실험이, 다른 한쪽에선 로봇·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인류가 로봇을 쓰는 근본적 이유는 자신을 대신해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첫째는 좀 더 빨리 일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힘든 일을 대신하는 것이요, 셋째는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코로나19 같은 위중한 사태는 로봇을 활용할 절호의 기회다. 접촉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큰 전염병 대응에선 로봇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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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스템 실험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이다. 소독용 로봇의 활약이 우선 눈에 띈다. 덴마크의 유브이디로봇은 살균용 자외선을 쪼여주는 로봇 수백대를 중국에 공급했다. 자외선을 쪼여줘야 하므로 사람이 직접 다루기엔 위험한 일이다. 로봇을 쓰면 소독을 고르게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로봇이 소독하는 동안 의료진은 환자를 돌보는 데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이 로봇은 의료진의 대거 감염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애를 먹고 있는 이탈리아 병원에서도 활약 중이다. 홍콩에서는 지하철 차량과 역사 소독에 로봇을 활용한다. 소독 장소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자율 소독이 가능하다. 베이징, 저장성, 광둥성, 후난성 등의 병원에선 물품 운반에 로봇을 쓰고 있다. 의료진이 로봇 위에 물품을 올려놓으면 로봇이 입원실로 갖다 준다.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조처다.

중국의 공학연구기관인 중국공정원 연구진은 감염 여부 진단을 위해 목구멍에서 점액을 채취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팔과 내시경을 장착한 이 로봇을 투입하면 채취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염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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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알렉산드라병원에선 환자에게 식사와 약을 배달해주는 로봇 `빔프로', 청소와 함께 간단한 대화를 하는 ‘라이온스봇’을 도입했다. 이 병원 기술책임자 알렉산더 이프 박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는 환자 관리 방식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병실에 들어가면 의사와 간호사는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환자를 살펴볼 수 있다. 환자는 로봇 가슴에 달린 스크린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볼 수 있다. 아직은 간단한 문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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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서울시 감염병관리기관인 서울의료원에 시범적으로 세 종류의 로봇이 투입됐다. 자외선을 쏘아 살균해주는 로봇유버(유버),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는 로봇 테미(휴림로봇), 환자들의 의류와 폐기물을 옮겨주는 로봇 따르고(트위니)가 배치됐다.

진단검사 분야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기대된다.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스페인은 지난 21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4대를 이용해 코로나19 진단검사 능력을 하루 2만명에서 8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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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력을 감염병의 예측과 진단, 치료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캐나다의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블루닷은 코로나19 사태의 발생을 세계보건기구 공식 발표보다 일주일 앞서 예측해 이름값을 높였다. 이 업체는 세계 각국의 뉴스와 보건 관련 보고서, 항공 여행 데이터를 분석해 감염병 예측에 활용한다. 인공지능이 제 몫을 하려면 풍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수집된 데이터들은 감시 도구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자가 격리자용 스마트폰 앱, 체온 측정용 스마트 안경, 마스크 미착용자 감별 스마트 카메라 등이 그런 사례다. 세계보건기구도 사생활 보호를 전제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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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닷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감염병을 예측했다면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이를 예측하는 기술도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암허스트대 연구진이 개발한 비접촉식 질병 감시플랫폼 `플루센스'가 한 사례다. 플루센스는 병원 대기구역의 사람 수와 기침소리를 포착하는 기술이다. 마이크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사람의 밀집도와 음성, 기침 소리를 추적해 분석한다. 실험 결과 기침 소리를 81%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한다. 향후 호흡기 관련 감염병 발생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내 200만 가입자가 있는 킨사는 앱과 연결된 스마트온도계를 통해 질병 발생의 징후를 포착한다. 이를 활용하면 질병 의심 증상이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나 빨리 번져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킨사는 이를 쌍방향 질병 지도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이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추적시스템 `플루뷰'보다 먼저 독감 확산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 13일 킨사의 데이터는 사우스 플로리다에서 발열자 수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 5일이 지난 18일 플로리다 보건당국은 플로리다 주 감염자 수가 328명으로 급증했으며, 진원지는 사우스 플로리다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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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연구자들과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로봇 연구와 개발에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호위 초셋 등 로봇과학자 13인은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최근호에 공동 발표한 사설을 통해 “로봇은 발열 측정, 소독, 격리환자 지원, 진단검사용 표본 채취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며 “각 경우에 로봇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으며 전염병 증가 추세에서 로봇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은 민첩하고 섬세한 인간의 손길을 대신하거나 피로에 지친 의료진을 대신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 폭증하는 배달 물량에 대응해 아마존이 배달로봇이나 드론이 아닌 10만명의 물류센터·배달 인력을 추가로 고용한 것은 로봇 기술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사설은 “ 코로나19를 계기로 연구가 더 진행될 수 있겠지만 지속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다음 감염병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 집필에 참여한 로봇과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를 열었던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향해 이번엔 ‘병원로봇 경진대회’를 열 차례라고 제안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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