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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佛의료진 "마스크·손 소독제 여전히 모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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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든 '천 마스크' 쓰고 환자 진료하기도

뉴스1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도시 봉쇄령이 내려진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7일(현지시간) 보건용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소를 찾은 남성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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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의료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 당국이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휴교령·이동제한·국경통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필요한 마스크 등 보건·의료용품의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그르노블 인근의 한 소아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줄리앙 프루니에는 집에서 직접 만든 '천 마스크'를 쓴 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프루니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환자에게 발열·기침 등 증상이 있을 땐 수술용 마스크(덴탈 마스크)를 쓰지만 그마저도 이제 30장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병원 의사 4명이 쓰기에도 부족하다"며 "그러나 마스크를 더 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르노블의 방문 간호사 크리스틴 드레다는 얼마 전 마스크를 구하긴 했지만 손 소독제는 어디서도 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드레다는 주 3일씩 고령의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수술용 마스크 10억장과 유럽 FFP2 규격(한국의 KF94와 비슷)의 보건용 마스크 6억장을 비축하고 있었다. 로즐린 바슐로 당시 보건부 장관이 신종플루(H1N1) 대유행에 대비해 백신과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선 신종플루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고, 바슐로 장관은 '쓰지도 않을 마스크와 백신을 사느라 공금을 낭비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마스크 유통기한과 보관비 부담 등을 고려해 비축물량을 점차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유행병이 발생했을 땐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오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병원에서도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구입·관리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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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국에 주문한 보건용 마스크가 29일 화물기편으로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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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코로나19 유행 초기 프랑스 정부의 마스크 보유량은 10년래 최저수준인 수술용 마스크 1억4000만장에 불과했다. FFP2 마스크는 아예 없었다.

일부 의료진으로부터 "정부의 준비부족이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파리 소재 조지 퐁피두 병원의 필립 주방 응급센터장은 최근 일간 오피니옹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우린 가난한 저개발 국가에나 어울릴 만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의료인들과 공무원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이달 3일 '마스크 징발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프랑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스크는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교통경찰에게 지급됐던 마스크까지 회수해 의료진에 제공했고, 최근엔 중국에 10억장을 주문했다.

뒤늦게나마 프랑스 정부가 직접 개입한 탓에 국내 업체들의 수술용 마스크 생산량도 주당 600만장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제롬 살로몽 질병관리본부장은 "주당 1500만개는 생산돼야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재고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르노블대학병원 코로나19 관리센터의 일반의 루실 랑은 "현재 센터 내 의료진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 보건용품 수급이 원활히 이뤄져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 보건부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현재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4만174명, 사망자는 2606명이다.
kyunghwa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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