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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도시 봉쇄 직전인데 한국 갈 수도 없다.. 베트남 교민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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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텅 빈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 입국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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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83] 하노이에 사는 베트남 지인 A씨의 카톡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합니다. 하노이 시내 바익마이 병원이 코로나 집단 감염의 중심부로 떠오른 이후부터입니다. 지난 3월 20일 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2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30일까지 바익마이 병원을 축으로 확진자가 24명으로 늘었습니다. 환자, 간호사, 환자 가족은 물론이고 이 병원 시설에서 일하는 다양한 관계자들이 속속 확진판정을 받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이 병원 직원과 환자 5000명을 놓고 코로나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 병원을 스쳐 지나간 사람이 얼마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곳곳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추가 감염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인 B씨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발표한 확진자 숫자보다 실제 확진자 숫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그는 베트남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진자 숫자를 줄여서 발표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에서 발표한 확진자 명단을 보면 대다수가 공항에서 입국한 사람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입니다.

베트남 대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는 거의 봉쇄 수준으로 가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28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0인 이상의 모임을 금할 것을 선포했습니다. 병원 등 아주 제한적인 업종 외에는 서비스 활동이 중지됩니다. 가라오케, 마사지 가게 등에 대해 휴업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미 옛날입니다. 심지어 하노이 내부를 다니는 버스 운행 숫자까지 대폭 줄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2월 초에 개학했어야 할 학교는 일정이 4월 중순까지 밀렸고, 이때 개학할 확률 역시 극히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강경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는 눈치만 보고 있던 한인 교민들 역시 "이제는 한국에 일단 돌아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노이 미딩 지역을 축으로 무수하게 자리 잡은 식당들은 상당수 문을 닫은 상황입니다. 정부가 20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라고 선포할 정도이니 점심 약속, 저녁 약속 등은 어불성설입니다.

자녀가 어린 교민들의 우려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교육이 막히자 재빨리 온라인 교육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치솟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 업체 C회사에 다니는 가정방문 교사는 최근 자사 온라인 교육 플랫폼 신청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패드를 나눠주고 이걸 기반으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구조인데, 이론상 해외에서는 가입이 불가합니다. 2월 말에 개학하려던 학교가 두 달째 놀고 있으니 부모와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한 학부모는 "한국이었다면 주말에 차를 타고 어디 가까운 공원이라도 가겠지만 여기서는 그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나가는 것 자체가 무서워 아이들을 집 안에 가둬놓고 있으니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한다"고 호소합니다. 장기간 공백 상태인 학교 교육을 집 안에서 부모가 채를 쥐고 해보려 하지만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그나마 중·고등학생들은 유튜브를 비롯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거리가 있지만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는 요원한 일입니다.

막상 돌아오는 길도 쉬운 건 아닙니다. 30일 현재 31일 하노이~인천 편도 항공권은 최저가 7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직항도 아닙니다. 대만 타이베이를 거쳐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스톱오버 시간이 23시간55분으로 하루에 육박합니다.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야 하는 교민들은 선택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타이베이 경유 때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비슷한 일정의 티켓이 110만원, 15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습니다. 직항은 이미 끊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일부 한인들은 정부 차원에서 전세기를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이 이미 베트남에 마련돼 있는 교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 번 갔다가 한참동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노이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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