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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0년 기다림 끝에 맛본 우승 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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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년이었다. 2009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안송이가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의 시간. 길고 긴 기다림 끝에 ADT캡스 챔피언십 2019 우승을 차지한 안송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일경제

안송이에게 ADT캡스 챔피언십은 KLPGA투어 10년 차 에 237번째로 출전한 대회였다. 그동안 준우승 3번을 포함해 톱5에 15번, 톱10에는 38차례 올랐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9시즌은 특히 신인들이 8승을 거두며 강자로 무섭게 치고 올라섰던 시기였다. 이 대회에서 그는 10년 차 베테랑이었지만 상대는 신인 후보 중 한 명인 이가영이었고, 우승권에서 아슬아슬한 플레이를 해 나가야 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모두 단독 선두로 마쳤던 안송이는 마지막 날 당연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가영은 2번홀(파4) 그린 밖에서 친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를 이뤄 안송이를 압박했다. 반면 안송이는 샷이 여러 번 흔들리며 쉽게 버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14번홀(파4)에서는 3퍼트 보기를 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16번홀(파3)에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8번홀에서 이가영이 약 2m짜리 버디 퍼트에 실패하면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안송이는 “우승권에 들어갔다는 것을 인지하면 몸이 덜 덜 떨리면서 마비가 온다. 상대의 스코어를 알게 되면 완전히 무너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ADT 챔피언십, 그때 만큼은 달랐다”고 회상했다. 그녀가 달라진데는 익숙 했던 삶의 패턴을 바꾼 시도가 한몫했다고 한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지부진하게 이어온 삶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여주를 떠나 판교로 거처를 옮기기도 하고, 메이크업 등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가지며 삶에 변화를 줬다고. 집을 떠나면서 비로소 날개를 단 그녀는 40위권을 맴돌던 상반기 성적과 달리 하반기에만 다섯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관의 설움 떨치고 상금왕에 도전하는 안송이 KLPGA투어 하반기에 빅 이슈를 몰고온 그녀는 2019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10년 이상 정규 투어에서 꾸준히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K-10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그녀는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우승을 손에 쥐고 나니, 더이상 불가능한 건 없는 것 같다. 항상 상한선을 만들어 뒀는데, 이제는 그 한계가 없어졌 다”고 말했다. ‘톱10에만 들자’고 생각했던 것에서 이제는 ‘상금왕에 도전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큰 꿈도 품게 됐다고. 10년을 달려 왔지만 안송이의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한다. 새로운 시작점에서 <골프포위민> 카메라 앞에 선 그녀와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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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성스럽게 변신을 해봤는데…. 스타일링에 대한 소감이 어떤지? 기대를 정말 많이 했어요. 평상시에는 해보지 못했던 여성미 넘치는 스타일링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뿌듯한데요?(웃음). 매거진 화보 촬영도 오랜만이에요. 지금 기분이 정말 좋아요.

사복만큼이나 세련된 링스 골프웨어가 오늘의 안송이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맞아요. 항상 스포티한 골프웨어만 입어왔는데, 링스 골프웨어는 여성스러움을 더해주는 디테일이나 패턴이 많아서 마음에 들어요. 올해부터는 색다른 안송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투어에 오래 있었잖아요. 이제는 성숙한 편(?)에 속하는데 골프웨어의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나이와 잘 맞기도 하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스타일링에 도전할 수 있어 이번 시즌은 기대가 많이 됩니다.

지난해 첫 우승을 하고 동료들을 고깃집으로 불러모아 한 턱 쓰고 싶다고 했는데?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려워서 여러 명을 한자리에 부르진 못했어요. 제가 일일이 찾아가서 밥을 샀죠. 정희원, 박주영 프로를 가장 먼저 찾아갔죠.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유일하게 제 또래인 인물들(웃음).

지난해 거처를 옮기고 삶의 패턴을 바꾸는 등 변화를 줬다고 들었다. 저는 항상 집-연습장만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았어요. 어느 순간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본가인 여주를 떠나 지난 7월부터 작은아버지가 계신 판교에 살게 됐어요. 아버지의 케어에서 벗어나 혼자 운전을 하고,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됐어요. 도시 생활이 정말 새롭더라고요. 새로운 문화에 눈을 떴죠.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더라고요. 메이크업 레슨도 받아보고, 시골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해봤죠. 자유를 얻은 삶에 행복을 느꼈어요.

우승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자신감이 커졌어요. 이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승을 하기 전에는 항상 1승이 목표였기 때문에 노심초사했어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섰죠. 막상 1승을 하고 나니까 다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감히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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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승 기회는 종종 있었다. 놓쳤던 이유는 무엇이 었을까. 과거에는 우승권에만 들어가면 몸이 경직됐어요. 상대의 스코어를 인지하면 덜덜 떨었고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리고 OB 같은 큰 미스가 났어요. 스윙도 한몫했어요. 스윙이 안정되지 않으니까 실수가 났던 거죠. 그걸 지켜보던 캐디가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그 친구의 도움도 컸어요. 프로 출신 캐디이다 보니 그가 건네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안심도 됐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특별히 동계훈련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샷을 편안하게, 쉽게 컨트롤하는 방법에 집중했어요. 핀의 위치가 매번 다르게 있다 보니 다양하게 공략 할 수 있도록 신경 썼죠. 1월 말부터 한 달간 태국에서 훈련했어요.

10년 동안 골프를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재미. 저는 골프가 그냥 재밌었어요.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이상하고 신기해요. 천직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골프 선수로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편인지? 최근 들어 워라밸이 좋아졌어요. 일주일에 하루만 도시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6일은 골프에 매진해요. 그 하루를 기다리기 위해 골프 연습에 몰두하는데, 제 적성에 맞아요. 비중은 골프에만 몰두하지 않고 문화생활과 일상을 즐기는데 더 두고 있어요. 삶의 활력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이제는 선배 축에 속할 것 같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혀요(웃음). 그리고 매년 실력이 상당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는 KLPGA투어가 신기하고 또 감사해요. 실력파 선수들이 있기에 저 또한 골프를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어요. 10년 동안 제가 골프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후배들에게서 자극을 많이 받아요.

골프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어떤 타이틀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기 이전에, 일단 저를 알아봐 주셨으면 해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팬분들이 저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안송이’라 는 이름은 알고 있지만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올해는 저를 알리는데 노력을 해보려고 해요.

2승은 언제 나올까. 요즘은 자신감이 충만하니 상반기에 나오지 않을까요? 우승도 하고 싶지만 골프에 대한 애착이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한국 투어에만 열심히 몰두해서 ‘모든 골프팬들이 알아보는 안송이’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매일경제 골프포위민 노현주 기자(roh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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