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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19 중증이냐 회복이냐…과학자들 ‘면역’에서 갈림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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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월 코로나19 완치자가 중국 우한 혈액센터에서 혈장을 기증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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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일러야 내년에야 가능한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자, 전문가들은 면역치료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하려 분투하고 있다. ‘혈장치료’도 그 중 하나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혈장치료가 백신이 나올 때 까지 시간을 벌어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혈액에서 적혈구ㆍ백혈구ㆍ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부분이 바로 ‘혈장’인데 감염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장에는 다량의 항체가 들어 있다. 이를 추출해 다른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을 혈장치료라고 부른다. 최근엔 소기의 성과도 나타났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을 맞닥뜨린 중국 연구진은 코로나19에서 혈장치료에 성공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중국 선전 제3인민병원 연구진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혈장을 투여한 5명의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완화를 관찰한 연구결과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부터 두 달간 혈장을 투여받은 36~65세 중증 환자 5명 모두 증상이 개선됐다. 5명 모두 혈장 투여 전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자가 호흡이 불가능했으나 혈장 치료 후 12일 내에 상태가 호전됐다. 이들 중 3명은 퇴원했고 나머지 2명도 ARDS에서 회복돼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구진은 “혈장을 수혈받은 환자들에게서 중화항체 증가를 확인했다”며 “혈장 속 항체들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증상을 개선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뉴욕헌혈센터(NYBC)도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기부받아 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시험에 나섰다. 지역 병원들은 자격을 갖춘 헌혈자를 NYBC로 보내게 되고, 식품의약국(FDA)은 모든 환자에 대해 매 건 이 처방을 사용해도 될지 판단해 승인할 예정이다. 국내 질병관리본부도 혈장치료 임상시험을 검토 중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혈장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노력을 병행해 면역이 떨어지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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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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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는 혈장치료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임상까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약물과는 달리 완치자의 혈액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나라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는 점에서다.

혈장치료가 바이러스 치료에 쓰이는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국내에서 혈장치료를 통한 완치자가 나왔다. 다만 이후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정확한 임상 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 때도 혈장치료가 쓰였다. 이후에도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많이 사용됐으나, 각종 치료제가 본격 개발된 뒤엔 부작용 우려로 잘 쓰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의 혈장을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체에서 과민 반응이 일어날 위험 등이 있다. 현재 중증 환자에게만 조심스럽게 제한적으로 시도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T세포 결핍 발견"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한 치료법도 나오고 있다. T세포는 종양세포나 바이러스ㆍ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식별해 스스로 죽게 만드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체내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과도 연관성이 있다. 중국 국가호흡기질환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환자 1099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면역시스템을 관장하는 ‘T세포 결핍증’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들은 T세포 조절을 통해 체내 면역을 활성화하거나, 필요할 경우 과도한 면역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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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국립보건원이 촬영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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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T세포를 증식하는 단백질(하이루킨-7)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말기 암 환자에게 하이루킨-7을 고용량으로 투여한 결과 사이토카인 과다발현 없이 T세포 수를 효율적으로 증가시켰다는 내용의 논문을 임상 신청의 근거로 제시했다. 제넥신은 현재 식약처에 임상시험을 신청한 상태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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