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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전세계가 `줌` 들어가는데…실리콘밸리선 "줌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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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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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는 영상회의 솔루션 '줌(Zoom)'에 보안상 결함이 있다며 업무에 활용하지 말라는 지적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왔다. 매일경제가 30일 입수한 이메일 기록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소재 상장사 A사는 최근 보안상 염려 때문에 사내 업무 관련 대화를 '줌'으로 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이 회사 직원은 약 5만명에 달한다.

줌 사용자는 세계적으로 1292만명(실제 사용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월 한 달 동안 사용자 증가폭이 2019년 한 해 증가한 고객 숫자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줌'에 대한 보안 문제가 커지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영국 정부가 '줌'을 내각회의에 활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줌'이 없었다면 어떻게 일했을까"(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교육부 등이 줌을 통해 회의를 했으며, 일부 학교가 영상강의에 활용하고 있다. 줌은 다른 영상대화 솔루션(시스코 웹엑스, MS팀스, 구글 행아웃)에 비해 간단하게 영상채팅방을 만들 수 있고 채팅방 주소를 공유하기도 편하다. 주가는 올해 1월 말 대비 2배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A사처럼 줌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사례가 생기는 이유는 줌이 가진 보안과 사생활 보호에 대한 취약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머더보드'라는 매체가 실험한 결과 아이폰을 통해 줌에 접속한 경우 사용자 개인정보가 '페이스북'으로 전달되는 오류가 확인됐다. 심지어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도 사용하는 휴대폰 정보와 도시 위치, 줌 이용 시간 등 데이터가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발견된 것이다.

회사 측은 보도 하루 뒤인 27일 해당 문제를 수정하는 업데이트를 했지만 하버드대 인터넷사회연구센터 연구원인 독 시어즈는 줌이 여전히 다른 마케팅 회사에 개인 데이터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보안 문제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애플 맥북 등 맥(Mac) 컴퓨터에서 '줌'을 쓰는 이용자들이 해커가 만들어 둔 화상채팅방에 강제로 초대될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줌은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7월께가 돼서야 문제를 수정했다. 그러나 바로 또 다른 문제가 나왔다. 이미 만들어진 채팅방에 해커가 쉽게 들어가 대화 내용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줌은 8월에 이를 해결하는 패치를 내놓았다.

이 같은 조치에도 해커들이 줌 영상채팅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례가 최근에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테크 언론사인 '더인포메이션' 창업자 제시카 레싱이 운영하던 줌 채팅방에 해커가 들어와 음란물을 띄웠다. 레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해커가 계정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채팅방에 머물렀기 때문에 방장조차 그를 강제 퇴장시킬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가 최근 사용량 급증 때문인지 아니면 태생적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생활 침해와 보안상 우려와 관련해 줌 대변인은 매일경제에 이메일 성명을 보내 "줌은 사용자 사생활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줌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개인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또 "줌은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하기 위해 개인 IP 주소와 운영체제(OS) 디테일, 디바이스 사양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만 한다"며 "줌 직원을 포함해 누구도 사생활이나 줌 미팅 중 일어난 어떤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줌은 또 "중요한 점은 줌이 사용자 데이터를 누구에게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서울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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