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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팬데믹 大위기] Part Ⅰ Financial Market | 팬데믹 공포에 사로잡힌 세계 증시, 변동성 극대화된 국내 주가 바닥 예측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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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곳곳에 퍼지며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보이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세계 증시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 코로나19 감염자 증가세와 반대로 증시는 큰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한 달간 전 세계 주식시장은 3경200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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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한국 롤러코스터 증시, 진원지 중국 확진자 감소로 회복세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이들 국가의 증시 시총은 62조2572억달러(약 7경7416조8000억원)로 지난달 19일(87조8708억달러)보다 25조6136억달러(29.2%) 감소했다. 단위가 커서 체감이 쉽지 않지만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3경190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2018년 기준 1893조원인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7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 2월 19일은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3386.15)를 기록한 날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뉴욕 증시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사로잡혀 사상 최대의 추락 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감소폭이 30% 이상인 국가도 40곳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콜롬비아가 52.0% 줄어 시가총액 감소율이 가장 컸다. 산유국이어서 코로나19의 공포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급락도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어 브라질(-48.1%), 러시아(-45.9%), 노르웨이(-44.5%), 오스트리아(-44.4%), 남아프리카공화국(-44.0%), 그리스(-43.8%), 헝가리(-42.7%), 호주(-41.9%), 아르헨티나(-41.2%) 등 순으로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의 시총은 1조4062억달러에서 8731억달러로 37.9%(5331억달러) 줄어 감소율이 18번째였다. 미국 증시의 시총도 30.8% 줄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중국을 추월한 이탈리아 증시의 시총이 40.1% 준 것을 비롯해 영국(-40.0%), 아일랜드(-39.6%), 벨기에(-38.2%), 프랑스(-37.1%), 스페인(-35.8%) 등 유럽 국가들도 감소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은 최근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며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 감소율이 10.3%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일본은 2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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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가치 이하로 떨어진 코스피, 금리 인하·통화스와프 등 긴급대책

경기둔화 우려와 급격한 주가하락에 정부는 대책을 꺼내들었다. 먼저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7일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1% 밑으로 내려간 건 사상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은 16일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낮췄다. 한은은 그동안 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해 왔으나 이번에는 0.5%포인트를 한 번에 인하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한은은 미국이 지난 3월 15일(현지 시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제로(0) 금리’로 낮추자 곧바로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낮춘 것은 ‘9·11테러’ 직후였던 2001년 9월(0.5%포인트),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10월(0.75%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에도 역대 최저였던 기준금리는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는 0%대 금리라는 사상 미증유의 환경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긴급조치에도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며 지난 3월 19일 코스피는 1457p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3월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단행했다. 당일 1566을 기록하며 7.44% 상승했다. 그러나 폭등했던 증시는 1거래일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며 종잡을 수 없는 양상을 보여줬다.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에서는 증시 사상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양대 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3월 23일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6분 2초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대비 7.21%(15.55포인트) 급락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9시 17분 34초 6.19% 하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처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동시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5% 이상, 1분 이상 급락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자동으로 정지되는 제도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3월 20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결국 3월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83.69포인트(5.34%) 내린 1482.4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에 비해 23.99포인트(5.13%) 내린 443.76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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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횡보에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수의 하락속도는 이제 막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된 유럽과 미국의 지수와 비슷하다”며 “코스피의 하락을 주도한 세력은 외국인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강한 순매도 중이고, 묘하게도 공매도 과열종목 제도가 강화된 3월 11일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코스피 지수의 흐름과 외국인 수급은 과거 공매도가 금지된 2008년 10월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갔고, 외국인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가방어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리며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1054조8930억원에서 56조4430억원이 급감하면서 다시 10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코스피의 주가 수준은 청산 가치 아래까지 떨어진 셈이다.

지난 3월 20일 현재 코스피의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4배를 기록했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의미는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 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외국인 한국 시장 엑소더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었던 개미들이 계좌를 열어 하락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우량주를 몇 조원씩 사들이며 방어하고 있다”며 “그러한 몇 종목을 제외하면 다른 종목들은 고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빠져 코스피 기준 1100까지 내려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추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파생상품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품들이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077개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094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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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제한 양적완화 선언, 트럼프의 입에 쏠린 시선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3월 23일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선언했다. 사실상 무제한 달러를 찍어 경기를 부양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당장 같은 주에만 미 국채 3750억달러(약 477조원)어치와 부동산담보증권(MBS) 2500억달러(약 318조원)어치를 사들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쓰였던 TALF(기간 자산유동화증권 대출 창구) 프로그램을 되살려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대출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연준은 또 기업의 회사채까지 양적 완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에게도 전방위적인 금융 지원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러한 연준의 조치에 대해 “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향해 바주카포를 들이밀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조치에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보다 582.05포인트(3.04%) 하락한 1만8591.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67.52포인트(2.93%) 내린 2237.4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8.84포인트(0.27%) 하락한 6860.67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준 조치에도 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인 불안요소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1조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오히려 상원에서 이날 오후 실시된 절차 투표(Procedural vote)가 또 한 차례 부결되는 등 혼선이 지속됐다. 민주당은 백악관이 제시한 방안 중 기업 구제금융 부문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한편 이날 미국 재무부는 상원과 마련한 경기부양책에 재무부의 외화안정기금(ESF)의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ESF는 연준이 발표한 여러 대출 기구에 재원이 되는 것으로 현재 이는 940억달러 정도인데 재무부는 이를 2000억달러 증액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우린 자금의 일부만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 근로자와 경제를 지원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회의 추가적인 자금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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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대피령을 내림에 따라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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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폭락으로 기업 자금조달 위기, 20조원 규모 채권안정펀드 조성

정부와 금융당국은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꺼내들었다. 채안펀드 규모를 당초 10조원 예상에서 20조원 규모로 키워 기업들의 불안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당장 4월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6조원에 이르는데 차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친다면 흑자기업의 도산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6월에도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보다 큰 자금을 투입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외에 유동성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18조원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책도 포함됐다. 채안펀드가 민간자금을 바탕으로 한 시장 중심의 대책이라면, 유동성 공급책은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을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의 규모도 당초 예상됐던 규모에서 7000억원 늘어났다. 정부는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도 가동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000억원에서 규모가 20배 늘었고, 금융기관의 참여도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별종목이 아니라 지수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와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는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용을 원칙으로 하고 개별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대표 인덱스 상품에 자금을 투자하는 구조다. 기존 증시안정기금, 채권시장 안정펀드, 연기금 투자풀의 사례를 준용해 자금조성·운용·환매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총 10조원 규모로 출범해 캐피털 콜 방식으로 5조원이 가동된 바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공동출자를 기반으로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유동성을 신속히 지원하는 형태다. 회사채시장 안정화와 원활한 기업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코로나19 피해대응 P-CBO’도 발행된다. 추가경정 예산을 활용한 1조7000억원을 포함해 3년간 6조7000억원 발행을 추진한다. 산업은행이 인수하고 주채권은행·신용보증기금에 매각한 후, 신보가 신용을 보강해 시장안정 P-CBO를 발행하는 형태다.

재계는 공장 셧다운과 수요감소로 인한 수출중단 이외에도 주가 폭락으로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환경에 당장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특히 CP와 회사채 금리가 크게 튀어 이를 제어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회사채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기업들의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채안펀드가 CP(전단채), 회사채 등 신용채권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경제위기로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때 채안펀드를 포함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나 기금은 3차례 조성된 바 있다. 지난 1999년 대우 사태 이후 채권안정기금 30조원, 2000년 IT버블 붕괴 이후 20조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안정펀드 10조원 등이 출범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RP 매입, 국채·통안채 매입(중도환매 포함)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한 바 있다. 미국이 CP에 이어 회사채 매입까지 논의하고 있는 터라 국내 금융당국 역시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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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금융위기에도 당시 채권안정펀드를 10조원 한도로 출범해 5조원으로 운용하며 한은도 금융기관 출자금을 활용해 50%까지 유동성을 지원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어렵고 기업들의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에서 정치권과 여론도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라 한국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분간 글로벌 금융환경에 따라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과 유동성 우려로 급등했던 시장금리는 주요국의 완화정책 강화와 유동성 지원 공조로 하락 반전했다. 국내 역시 한은은 미 연준과 6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화유동성 우려를 완화했고,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재가동으로 시장금리의 안정을 도모했다”며 “다만 코로나19와 국제유가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선호는 여전히 높고 글로벌 통화완화 공조 강화로 시장금리의 안정이 예상되지만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기까지 변동성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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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석유 증산을 선언한 러시아와 사우디. 사진은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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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바닥 vs 추가하락 혼선

치료제·미국 증시 회복 주목해야


글로벌 주식시장의 단기하락이 이어지자 증시바닥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금이 붕괴한 밸류에이션을 기반해 일부 주식 종목을 신중하게 매입할 만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채권투자책임자(CIO)는 “모기지(주택담보증권)나 매우 일부 주식이 매력적”이라 “특히 헬스케어, 기술, 건설업종의 일부 종목들에서 진짜 밸류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해도 이러한 종류의 자산들을 저가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단 그는 주식시장이 바닥에 근접했지만 매도세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보다 5%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12% 급락했다.

이외에도 투자컨설팅 BCA는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며 코로나가 유발하는 리세션은 강렬하지만 짧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도 코로나19 이후 강하게 반등하는 V자형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증시바닥론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경색이 침체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금(金)까지도 동반하락을 반복했다. 거의 모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일제히 달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와 금까지도 팔아 치운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아직 주식시장 바닥을 예상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극도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벨류에이션에 기반한 판단이 먹히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주가지수 지지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미국 자금시장에서 에너지 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고, 회사채 관련 지표들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상 바닥이라고 봤던 선은 이미 깨졌기 때문에 지금 시장이 펀더멘털을 보고 가는 것 같지는 않다. 외국인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매도하는 환경”이라며 “앞으로도 외국인이 유동성 확보 노력을 계속한다면 이는 가격과 무관하게 매도하는 것이므로 시장 전망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이에 따른 세계 실물경기 위축과 기업 실적 하락이 현실화하는 단계가 아직 남아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이다. 결국 향후 치료제 임상 결과, 미국·유럽의 신규 확진자 수 감소 등이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선진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당분간 주가 등 금융 변수들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므로 경제의 정상화, 위험자산 상승 재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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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안정의 또 하나의 선결조건 ‘국제유가’

코로나19 외에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는 또 하나의 변수가 국제유가 하락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20달러 초반선까지 하락하며 미국 셰일 기업들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면서 글로벌 증시 리스크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들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이러한 흐름은 하이일드(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20일 “석유 가격 폭락은 미국의 석유 생산업체들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가’라는 변수를 위기대응 관점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며 “OPEC+합의 무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매입 발표로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여전히 2008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국제유가 하락은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유는 대다수 산업에 쓰이는 원자재로 중간재와 최종재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실물경기 위축 우려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로 압박할 수 있다. 저유가 환경이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동반 침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희철 ktb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사우디·UAE·러시아 등에서 증산물량(약 400만bpd)이 본격 출회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저장능력 한계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감산 재합의가 없다면 결국 생산 조절(감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격 정상화를 위해선 주요 산유국의 공조가 관건이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경쟁적인 증산을 통해 유가하락을 이끌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에 석유 전쟁에 개입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비정상적인 석유시장은 가격 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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