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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세계 학생 90% 학교 못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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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60여개국, 학생 90% 임시휴교령

싱가포르·대만·스웨덴·호주는 개학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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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개국에 이르는 감염국 대다수가 엄격한 ‘사회적 격리’를 강조하면서, 각급 학교에도 임시휴교령을 내렸다.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나라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전면적인 휴교 조처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30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 뉴스>는 최근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학교를 폐쇄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에 주목했다. 이날 현재 전 세계 160개국 이상에서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휴교 조처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은 거의 90%에 이른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대만,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그리고 미국의 몇몇 주들에선 여전히 학교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나라가 코로나19 안전지대인 것은 아니다.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와 논란도 다른 나라들과 다를 게 없다. 싱가포르에선 최근 유치원에서 2건의 집단감염이 확인됐고, 호주에선 교사 노조가 정부에 임시휴교를 요구하며 파업을 경고했다. 공식 휴교를 시행하지 않은 나라들조차 학생들의 출·결석 규정을 완화하며 부모들에게 재택 학습을 권하기도 한다. 학교에 갖출 화장지나 소독제 같은 보건 위생용품의 공급이 달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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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교의 정상운영에 무게를 싣는 쪽에선, 극단적 조처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의 통제가 가능하며 전면적인 학교 폐쇄가 학생들에게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한다. 필수 의료인력이 자녀 돌봄에 발이 묶이거나, 이미 심각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부모들이 집에서 자녀를 돌보며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최근 학교 감염이 발생한 뒤 ‘주 4일제 수업’으로 단축하는 것에 그쳤을 뿐, 전국적인 휴교령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리셴룽 총리는 “학교를 하나의 집단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 단위로 봐야 한다”며 “집단 감염지를 폐쇄하고 방역하지만 그것이 시스템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학교 폐쇄를 하지 않으면서도 한국과 함께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발병 대응단장이기도 한 데일 피셔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최근 현지일간 <스트레이트 타임스> 기고에서 “가족 단위의 검체 진단 면봉들의 분석 결과는 부모들이 양성 판정을 받거나 증상을 보여도 아이들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심지어 (아이들이) 양성 판정을 받아도 그렇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호주도 대다수 공공장소를 폐쇄하고 결혼식 연기와 장례 자제까지 권고하면서도 학교만큼은 전면폐쇄를 머뭇거리고 있다. 호주 의료당국의 고위 관리는 교육시설 폐쇄가 다른 공공시설 봉쇄와 똑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되레 보건의료 시스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전면 휴교를 시행할 경우 필수 의료 종사자의 30%가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역시 의료 인력을 포함해 코로나19 대응 필수업무 종사자 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학교를 정상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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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난양공대 국립교육원의 제이슨 탄 교수는 “학교 폐쇄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형평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온라인 학습을 위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가진 것은 아니며, 이와 무관하게 원격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이 무상급식을 놓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어린이들이 ‘잠재적인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최근 중국에선 36명의 감염 어린이 중 절반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서 주변인들을 감염시킨 사례가 보고됐다. <블룸버그 뉴스>는 코로나19 감염 어린이들이 바이러스 전파자 구실을 하는지, 그렇다면 감염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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