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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참담한 상황’ 걱정한 文, '1400만 가구 100만원' 총대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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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아이디어를 기획재정부 등 예산ㆍ재정 당국의 반대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차용해 결정했고, 여당은 숟가락을 얹은 형국.

정부가 30일 전체 가구의 70%(중위소득 150% 이하, 즉 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712만원 이하)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여태까지는 여당의 지급 대상 확대 제안에 정부가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중재했다는 게 정설처럼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1400만 가구, 가구당 100만원’을 결단한 핵심 주체는 문 대통령으로, '전례가 없는 아이디어'를 종용한 것부터 마지막 결정까지 일련의 과정은 문 대통령의, 문 대통령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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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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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초기 단계 때부터 방역 못잖게 ‘경제 후폭풍’에 촉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대화 중에 “참담한 경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수차례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해외 상황 악화는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문 대통령과 오래 일한 한 참모는 최근 청와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유례 없는 대책이 나온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해서다.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전례 없는 위기이니,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옆에서 보기에는 (긴급재난지원금)보다 더한 것도 가능하다면 하실 것 같았다.”

특히 국민 70%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 등 ‘숫자’에 밝은 이들의 일부 반대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이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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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상품권 형태로 주는 중앙정부 재난 지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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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구나 경기도와 같이 힘겨운 노력을 하는 지자체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재난지원금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주장한 재난기본소득 등의 확장된 개념으로 재난지원금이 등장했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먼저 재난지원금 아이디어를 제기한 것은 지자체로, 당보다 먼저였다”며 “선거와 상관없이 먼저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에 실행력을 더한 건 해외의 움직임이다.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위기는 세계인의 안전과 경제의 복합 위기"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 국민에게 1200달러의 헬리콥터 머니 지급을 약속했다가 연 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의 가구로 축소했다. 하지만 미국은 16세 이하에게 자녀당 500달러를 더 주기로 했는데, 우리보다 지원 규모가 크다"라며 "일본도 4월 추경 편성에서 (재난지원금)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비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가구당 100만원씩 주면, 100만원이 끝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코로나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할지, 더 갈지 모른다. 소득이란 게 일시적으로 줬다가 중단이 되면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기초생활수급대상이 있고 그 위에 차상위가 있듯이 제일 절실한 사람한테 더 많이 주는, 계단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연국 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정부의 지원은 필요하고 마땅하지만, 지원 방식과 재정 여력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선거 유불리만을 저울질한 임시방편, 임기응변식 대응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권호·김기정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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