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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홍남기·김상조’ vs ‘조정식·윤호중’ 2시간 내내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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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결정되기까지 막전막후]

홍남기 부총리·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차등지급 제안

조정식·윤호중 여당 지도부 “국민부터 살리고 봐야” 반대

노영민·강기정 청와대 인사 가세로 여당 쪽 기울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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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김상조’ 대 ‘조정식·윤호중’. 지난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정부·청와대의 경제브레인 격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편이 됐다. 이들의 반대편에 더불어민주당의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윤호중 사무총장이 있었다.

30일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재난지원금은 이날 회의의 마지막 안건이었다. 홍남기 부총리가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되, 50% 이하 구간은 100만원, 50~70% 구간은 50만원만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급 대상을 70~80% 구간까지 늘리자는 여당안을 수용하면서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과 중앙·지방정부의 재원 분담을 추가로 얹은 것이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조정식 의장이 △80% 선까지 지급 대상 확대 △지원금 균등 지급 △재원 100% 국고 충당이라는 민주당 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자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더 큰 위기가 닥칠 때 대응이 어렵다는 논리로 반격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김상조 정책실장도 홍 부총리의 주장에 동조했다.

분위기가 격앙됐다. “답답한 소리만 하고 있다”는 말이 여당 참석자 입에서 튀어나왔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나라 살림 걱정하다 국민들 다 죽으면 어쩔 건가? 국민부터 살리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2 대 2’ 입씨름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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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가세하면서 급격히 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노 실장과 강 수석은 ‘총선도 다가오는데 당의 입장을 정부가 수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홍남기·김상조 연합’을 압박했다. 총선 국면이라는 특수 상황 앞에서 ‘관료·학자 연합’은 다수파인 ‘정치인 연합’의 공세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원금 확대에) 적극론이 다수 의견이었다. (회의가) 굉장히 격렬해서 자칫 싸우기 직전까지 갈 수 있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아서 (내가) ‘살살 합시다’라고 추임새를 넣고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주로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의 결론을 수용하면서도 “어쨌든 나는 여기에 이견이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며 우회적 불만을 표시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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