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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北 "폼페이오 망발… 미국은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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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이 지난 29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30일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모든 나라가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망발”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미국과의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화를 발표한 주체가 새로 만들어진 자리인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임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완전히 꺾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미협상국장은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 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비루스 방역 문제와 관련하여 ‘진정에 넘친 지원 구상’을 담은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라는 자는 세계의 면전에서 자기 대통령이 좋은 협력 관계를 맺자고 하는 나라를 향해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세계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한 후 국무부 청사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미협상국장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가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미국이 그처럼 제창하는 대화 재개도 결국은 우리가 가는 길을 멈춰 세워 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자기에게 유리한 시간과 환경을 벌기 위해 유인책으로 꺼내든 대화 간판은 국무장관의 망발로 하여 심히 훼손되었다”며 “미국은 때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건드리면 다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담화를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담화를 발표한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책은 북한 관영매체에서 처음 공개된 것으로, 대미협상을 담당하는 새로운 자리가 신설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대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담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제외한 미 관리들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기본인식이 담겨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관료들을 분리함으로써 수위 조절의 흔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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