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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오 판사가 먼저 n번방 재배당 요구"···靑청원이 판사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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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공범 태평양 사건 여성 판사가 맡게 돼

중앙일보

대전여성단체 연합 회원들이 30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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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25)의 공범이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태평양 이모(16)군' 사건의 재판장이 오덕식(52) 부장판사에서 박현숙(40) 판사로 30일 교체됐다. '박사방'의 운영자로 활동했던 이씨는 1만여명의 회원을 모은 별도의 텔레그램방에 성착취물을 공유한 혐의 등을 받고있다.



靑청원이 판사를 바꿨나



여성계와 시민단체에선 오 부장판사가 n번방 사건을 맡게 된 사실이 알려진 27일 이후, 그의 앞선 성범죄 판결을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판하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오 부장판사의 자격박탈'을 요구해왔다. 법원이 오 부장판사의 교체를 결정한 30일 오후 오 부장판사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41만여명에 달했다.

이날 재배당 결정은 오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재판을 맡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요청해 결정됐다. 법원이 오 부장판사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 오 부장판사가 먼저 재배당을 요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도 "오 부장판사가 n번방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인정됐다"고 밝혔지만 그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재배당 결정에 대해 "전례없는 청와대 청원에 오 부장판사가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말했다.

오 부장판사를 대신해 n번방 사건을 맡게 된 박현숙 판사는 오 부장판사와 성별도, 나이도, 연수원 기수도 모두 다르다. 오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0기수 후배인 박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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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오덕식 판사 자격박탈 청원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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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재판으로 알려진 오덕식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고 (故) 구하라씨의 1심 재판에서 구씨를 폭행하고, 구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전 남자친구 최종범(29)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여성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오 부장판사는 최씨에게 상해, 협박, 재물손괴, 강요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적용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엔 고(故)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언론사 기자에게 "증인 윤지오씨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을 맡은 뒤 과거 결혼식장 바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질러온 사진기사와 대형마트를 돌며 소형 캠코더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사실이 알려져 여성계의 반발을 샀다.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 사건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여론의 비난을 받자 현직 판사 13명은 지난 25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성범죄 양형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맡았던 한 현직 부장판사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인식과 형량은 아직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게 사실"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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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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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흔치 않은 결정"



재판장의 요청으로 특정 사건이 다른 재판부에 배당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여론의 반발에 밀려 판사가 직접 법원에 요청하는 것은 더 이례적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가습기살균제 재판 사건을 정계선 부장판사 재판부에서 유영근 부장판사 재판부로 재배당했다.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정 부장판사의 남편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했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해 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재배당을 신청했다. 지금처럼 판사가 여론의 중심에 선 경우와는 다소 다른 경우였다.

일각에선 청와대 청원 등 여론의 비판에 재판장이 교체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민감한 사건을 맡은 판사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다소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요구했고, 또 다른 재판부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으면 된다"며 "이번 결정은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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