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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광대 얼굴’의 부처님, 잃어버린 백제의 미소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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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 좌상. 언젠가부터 목이 달아나 후세에 불두를 얹어놓았지만 ‘광대 형상’의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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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광대 형상인데, 국가가 지정한 ‘보물’ 문화재의 대접을 받는다. 전북 익산 삼기면 연동리 석불사 법당에 자리 잡고 있는 ‘연동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5호) 이야기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불상의 본 얼굴은 떨어져 나갔고, 어느 시점에 누군가 새로운 얼굴, 즉 불두(佛頭)를 얹어놓았다. 인자하거나 엄숙해야 할 부처나 보살의 얼굴은 아니다. 대체 어떤 반전 매력이 있기에 보물이 되었을까.

전북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현존하는 백제 시대 최대의 환조

나라 흉사 때 ‘땀 흘리는 불상’ 유명


우선 이 불상은 나라에 흉사가 생길 때 땀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과 박정희 대통령 서거, 5·18민주화운동, 1997년 외환위기,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전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500년 이상 구전된 이야기가 있다. 1597년(선조 30년) 정유재란 당시 서울로 진격하려던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부대를 지독한 안개가 가로막았다. 그 안개를 피운 것이 바로 ‘광채가 빛난 불상’이었고, 그래서 가토가 불상의 목을 칼로 내리쳤다. 그러자 맑은 하늘에 소나기가 내려 왜군의 조총이 젖었고, 무장한 의병들이 그 틈에 기습작전을 벌여 대승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불상이 보물대접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연동리 불상은 옷주름이 새겨진 방형대좌(직사각형 형태 받침대)와 몸(높이 2.09m), 거대한 광배(3.34m)를 갖춘, 현존하는 백제 최대의 환조(丸彫·한덩어리를 재료로 만든 3차원 입체조각) 석불이다. 당당한 어깨, 균형잡힌 몸매, 넓은 하체 등에서 서툰 듯하면서도 탄력적이고 우아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불상의 제작시기는 7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본 얼굴 사라진 자리에 ‘광대 얼굴’

2017년부터 ‘얼굴 찾아주기’ 작업

불상 대좌 보이도록 불단도 정비


문화재청과 익산시는 2017년부터 ‘잃어버린 연동리 석불의 얼굴’을 찾아주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익산시의 의뢰를 받은 원광대 산학협력단은 6~7세기대 동북아 불상을 두루 참조하여 ‘백제의 미소’를 살리는 얼굴을 찾기로 하고 몇가지 안을 지난해 제시한 바 있다.

문화재청과 익산시가 30일 연동리 불상의 대좌(불상을 놓은 대)를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불단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복원사업의 한 과정이다. 이 불상은 옷자락이 흘러내려 대좌를 덮고 있는 이른바 상현좌(裳縣座) 형식이다. 그러나 후대(1980년대)에 조성한 목재 불단이 대좌를 가리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었다. 문화재청은 대좌를 가리고 있던 목재 불단 대신 강화유리를 설치하고, 공양구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의상 익산시청 역사문화재과 학예연구사는 “예불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이 불상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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