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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억수로 감사합니대이”… 대구 코로나 중증환자, 의료진 사투 끝에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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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북대병원 국가지정 음압격리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 전북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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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 덕분에 아버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심니더. 억수로 감사합니대이.”

30일 전북대병원 일반 음압병실 앞을 지키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윤모(87)씨 가족은 의료진에게 이같이 감사를 표하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30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6일 대구에서 이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윤씨가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음압병실로 옮겼다. 이 환자는 집중 치료 13일 만에 상태가 호전되면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호흡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윤씨는 대구 동산병원에서 치료하다 폐렴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산소포화도가 80%까지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당시 대구·경북 지역 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중환자를 치료할 병실이 없자 전국 병원을 수소문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여력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계속되던 중 전북대병원이 손을 건넸다.

이에 윤씨를 실은 응급차는 대구동산병원에서 전북대병원까지 182㎞를 3시간 동안 달려왔다.

환자가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산소포화도가 64%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송 당시부터 환자 상태가 워낙 위중했기에 지역 내에서는 코로나19 첫 사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코로나19 환자의 장례절차를 점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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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응원메시지 앞을 지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의료진들은 우선 환자의 호흡부전 치료를 위해 기관 내 삽관과 기계호흡을 시작했다.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경피적 심혈관 중재술까지 받은 적이 있어 심장 기능이 잘 버텨주는 것이 관건이었다.

내과계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급작스럽게 악화되는 코로나19 임상 경과를 시시각각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방호복 차림으로 2시간마다 2인 1조로 교대하며 환자 곁을 지켰다. 게다가 윤씨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해 회복하는 과정에 의료진이 종이에 쓴 수기 대화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치료에 임해야 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 환자의 심기능이 잘 버텨줬고 13일간의 집중치료를 받은 끝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폐렴 증상도 대부분 소실됐고, 활력 증후도 안정적이라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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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를 치료한 이흥범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전원 당시 환자는 최대량의 산소 투여에도 이미 말초 부위에서 청색증(cyanotic)이 나타났고, 의식도 흐릿한 상태였다”며 “힘든 치료와 경과가 예상됐지만, 오직 환자와 현장에서 땀 흘리는 대구경북지역 의료진을 생각하며 성심껏 임했다”고 회고했다.

전북대병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국가지정 음압격리병동을 가동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왔다. 최근에는 경증에서 폐렴 증상으로 악화한 준 중증환자 위주의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지역에서 온 11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3명의 고위험 환자가 상태가 호전돼 일반 음압병실로 옮겨 치료 중이며 2명의 환자는 완치 판정을 받고 지난 27일 퇴원해 주거지인 대구로 돌아갔다.

조남천 병원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치료가 급한 위중한 환자를 위한 재난 대응 치료 병동을 운영 중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중증환자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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