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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공포의 '불주사' 코로나19 퇴치 효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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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대 연구팀, 국가별 BCG 백신 접종-코로나 사망자 통계 가설 제시

접종 55개국 사망자 100만명당 0.78명..이태리 등 5개국(16.39명)과 대조

우리나라 1962년부터 불주사..1993년부터 18개 구멍 도장형으로 바뀌어

호주에서 의료진 4,000명에 BCG 백신의 코로나19 효과 여부 실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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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세대의 어깨나 팔뚝에 볼록한 흉터를 남겼던 소위 ‘불주사’(BCG 백신)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미국 뉴욕공과대학(NIC) 연구팀이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지난 28일(현지시간)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BCG 백신 접종을 실시해온 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적었다. BCG 백신 접종을 시행 중인 55개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100만명당 평균 0.78명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탈리아·미국·레바논·네덜란드·벨기에 5개국은 16.39명으로 큰 차이가 난 것이다. 이 논문은 아직 다른 과학자들에게 동료평가(Peer Review)를 받지 않은 상태의 것이긴 하나 BCG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사망자와의 통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BCG(Bacillus Calmette-Guerin)는 소아의 결핵과 결핵성 뇌수막염 등 중증 결핵 예방에 효과가 있다. 소에게서 결핵을 유발하는 우형 결핵균(Mycobacterium bovis)을 얻어 실험실에서 수세대 동안 반복 배양해 독성을 약화시켰다. 특히 항바이러스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루킨-1베타(IL-1β) 생성에 영향을 미쳐 결핵은 물론 호흡기 질환 퇴치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BCG 접종을 실시했는데 40대 이상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때 단체로 교실에서 공포의 불주사를 맞아야 했다. 이 주사는 간호사가 매번 알콜 램프에 주삿바늘을 소독하며 백신을 놓아 불주사로 불렸다. 문제는 주사 형태로 맞을 경우 맞은 부분이 부풀어 오르며 볼록하게 흉터가 남았다. 독성을 약화시킨 살아있는 병원체를 쓰는 백신(약독화 생백신)이라 몸에서 증식해야 면역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불주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회용 주사기가 보편화되며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생후 4주 이내 영아를 대상으로 도장 형태(9개짜리 바늘 2개)로 꾸욱 눌러 예방접종을 하는 도장형으로 바뀌었다. 1997년에는 백신 수입사가 고가의 도장형 판매에 주력하기 위해 주사형을 확 줄이는 꼼수를 부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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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 연구팀에 따르면 BCG 접종을 오랫동안 시행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사망률도 차이가 컸다. 16년(1965~1981년)간 BCG 접종을 시행한 스페인과 40년(1946~1986년)간 실시한 덴마크의 경우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각각 29.5명과 2.3명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1920년대와 1947년부터 각각 BCG 접종을 시작한 브라질과 일본은 사망자가 100만명당 0.0573명과 0.28명이다.

BCG 접종을 의무화했으나 피해가 큰 이란과 중국의 경우 접종을 늦게 시작했거나 중간에 공백이 있었다. 이란은 1984년에야 접종이 시작돼 백신으로 인한 면역 효과를 별로 보지 못했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BCG접종을 시작했으나 문화대혁명(1966~1976년) 당시 결핵 예방·치료기관이 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NIC 연구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신생아기에 BCG 백신을 접종한 뒤 예방 효과가 10~20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성인이 되서도 백신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나이절 커티스 호주 멜버른 머독어린이연구소 전염병 연구 총괄자 겸 멜버른대학교 소아 전염병 교수는 30일부터 의료진 4,0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BCG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로 했다. 이 중 절반에게만 BCG 백신을 접종한 뒤 실험 시작과 종료 시점에 채취한 혈액 샘플을 통해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를 판별하게 된다. 커티스 교수는 “BCG는 면역 체계를 강화해 다양한 종류의 감염과 바이러스, 박테리아로부터 우리 몸을 훨씬 더 잘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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