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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블랙스완 증시…다시 보는 자산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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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명수


최근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는 걸 보면 새삼 ‘블랙스완’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가 ‘회색코뿔소’라는 시각도 있지만 코로나 확산이 예측하지 못한 재앙이란 의미에서 블랙스완에 가깝다. 회색코뿔소는 예측가능하지만 통제불능의 경제적 위기를 뜻한다. 어쨌든 증시 역사를 보면 주가는 술취한 사람처럼 갈팡질팡하면서도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갔다. 얼마전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했을 때 개인들이 대거 사자에 나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반토막 났던 주가가 단기간에 원상회복한 데 따른 학습효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수백만 분의 1이라는 블랙스완이 1980년 이후 거의 10년 주기로 고개를 내밀었다. 잘만 하면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그 어떤 뛰어난 모형도 블랙스완을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위기의 형태나 크기를 예측하기보다 위기에 강한 체질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무장 방법이 자산배분이다.

자산배분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자산배분의 효과는 자산 간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커진다. 주식과 부동산은 상관관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실제 금융시장의 역사를 보면 두 자산은 손잡고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다.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은 것은 채권이나 은행예금같은 현금성 자산이다. 현금성 자산이 있으면 블랙스완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주식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주식의 변동성만 보는 투자자는 채권에 머물러 있고 주식의 수익성만 보는 투자자는 대박의 헛된 꿈만 꾼다. 자산배분은 이런 양극단 사이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의 길을 제시한다. 더구나 장기투자를 통한 복리의 힘까지 빌리면 실질적으로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사실 블랙스완이 닥친 상황에선 자산배분만이 아니라 어떤 금융기법도 무력화한다. 그러나 블랙스완도 엄연한 증시현상이다. 피할 수는 없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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