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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에 웃는 죄수들…미국·독일·이탈리아 등서 10만명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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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소자의 가족 면회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자 9일(현지시간) 밀라노의 산비토레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교도소 지붕 위에 올라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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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풀려난 죄수들이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당국이지만 밀집 시설인 교도소 특성상 한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대규모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죄수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에 뜻밖의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범죄자 조기 석방으로 또 다른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는 교도소 수용자 수천명이 가택 연금으로 전환됐다. 30일(현지시간) 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무부는 전국 교도소 수용자 약 6000명을 일시 석방해 가택 연금에 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법무부는 이들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전자발찌를 채울 예정이다. 이미 수용 정원을 초과한 교도소 수용자들 간에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에서는 위험도가 낮은 수감자에 한해 가택수감을 늘리기로 했다.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26일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으로 "연방교정국(BOP)에 가택수감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형사사법 정의 옹호자들과 교정시설 노조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함에 따라 이뤄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뉴저지주 교도소는 위험성이 낮은 수감자는 조기 석방하는 등 더욱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BOP는 조기 석방 대신 신규 수감자를 14일간 격리하는 등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뉴욕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도소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29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뉴욕시 수감자 650명을 석방했다"고 밝혔다고 CNN이 보도했다. 시 당국은 뉴욕시 전체 교도소 수감자 약 5000명 중 경범죄와 비폭력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가운데 수감기간이 1년 미만인 기결수 중 수감 태도가 우수한 사람들을 선별해 석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는 25일 형기 만료가 가까운 수형자 100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수감자 5000~6000명의 조기 석방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7일 파리 근교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74세 기결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지난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교도소 방역 대책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도 각국 교정당국에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미셸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코로나19가 교도소·구치소 등 인구밀도가 높은 기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수감자 중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의 석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과 폴란드, 이탈리아에서도 수감자 석방을 적극 검토 중이다. 로버트 버클랜드 영국 법무장관은 "코로나19가 대부분 포화상태인 교도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교도소는 생명 보호와 공공보호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아프리카 수단과 에티오피아에서도 대규모 가석방이 이뤄졌다. 수단 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는 전국 교도소에서 각각 4217명, 4011명의 수감자 석방을 명령했다. 중동 지역 코로나19 진앙지인 이란은 지난 17일 페르시아력으로 새해 첫날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루즈' 연휴를 앞두고 특별사면 1만명을 포함해 약 8만5000명의 수감자를 풀어주는 대규모 가석방을 단행했다.

문제는 석방된 이들의 재범 가능성을 어떻게 막느냐다. 마약 카르텔 등 범죄 조직 소속의 수감자들이 석방된 후 동종 범죄를 다시 저지르거나 보복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도소 여건의 개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케이트 디첨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심각해질수록 더 위험한 수감자들의 석방까지 포함한 위험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가석방된 수감자가 다른 사람들과 접촉으로 감염 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범죄도 야기할 수 있다"며 "본질적인 해결책은 좀 더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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