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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선인 차별 없었다'...일, 군함도 등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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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40년대 조선인 노동자가 최대 800명이 강제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시 군함도. 경향신문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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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3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군함도’(하시마섬)를 포함한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유산을 소개하는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도쿄에 개관했다. 이 정보센터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을 한 조선인이 차별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증언 등이 소개돼 역사 왜곡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유산 정보센터는 도쿄 신주쿠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설치됐다. 이날 열리는 개관 기념식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관계자만 참석하고, 일반 공개는 당분간 보류된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특히 이 정보센터가 “군함도 전 주민의 증언 동영상이나 급여명세서 등을 소개하고 한반도 출신자가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한국측 주장과 다른 실상을 전달한다”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군함도를 비롯한 강제노역시설 7곳을 포함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당시 등재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일부 시설에 조선인 등 주변국 국민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아래 강제 노역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2017년 12월 제출한 첫 번째 이행경과보고서에서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제출한 두 번째 후속 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에 대한 강제노역 인정이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 사항이 포함되지 않는 등 2017년 보고서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개관한 정보센터에서도 태평양전쟁 당시 군함도에서 거주한 재일 조선인 2세인 스즈키 후미오(鈴木文雄)씨가 생전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 증언 등 섬 주민 36인의 증언을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조선소에서 동원됐던 대만 출신 노동자의 급여 봉투 등 유품도 전시됐다. 산케이는 “전쟁 당시 일본인 이외에도 임금이 지급된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의 역사에는 눈을 감은 채 일본이 서양의 산업혁명을 수용해 공업화에 성공한 역사를 과시하는 장소로만 선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2017년 군함도에서 980㎞ 떨어진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관련 조사연구를 맡기고, 정보센터운영까지 맡긴 ‘산업유산국민회의’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해온 보수·우익 단체다.

이 단체 가토 야스코(加藤康子 전무이사는 산케이에 “1차 사료와 당시를 아는 분들의 증언을 중시했다. 섬 주민들에게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학대당했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며 “판단은 관람객의 해석에 맡기고 싶다”고 밝혔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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