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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 사태 노린 범죄 들끓어 골머리 앓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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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혼란을 틈타 갖가지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꾼들이 약품·마스크를 팔겠다며 접근해 돈만 뜯어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각국 경찰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질서 유지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서 범죄 감시에는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현지 시각) 벨기에 일간 르수아에 따르면, 벨기에 보건당국은 최근 500만유로(약 68억원) 규모로 터키의 한 업체에 마스크 생산을 주문했지만 사기를 당했다. 돈만 받아 가로채고 마스크를 보내지 않은 사건으로서, 정부 차원에서 사기 피해자가 된 것이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3월초 세계 90개국에서 실시한 공동 점검에서 가짜 코로나 바이러스 약을 파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약 2000개를 발견했으며, 가짜 코로나 바이러스 약품 400만 박스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유로폴은 “심지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백신을 파는 업체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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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로폴 본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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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는 중부 도시 라런에 있는 한 미술관에서 이날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도난당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에 들어간 미술관에 보안에 느슨해졌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다. 범인들은 새벽 3시에 정문을 열고 들어와 유유히 고흐의 그림을 훔쳐 달아났다. 도난당한 작품은 고흐가 1884년 그린 풍경화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최대 600만유로(약 8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에서는 경찰관 중에서 감염자가 늘어나자 내무부가 경찰이 민원인과 직접 접촉하는 업무를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범죄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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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도난당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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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들이 조직을 재건하고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마피아들이 마약 유통으로 벌어들인 돈을 밑천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각종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하려고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약 복용자들이 이동 금지령으로 집에 갇히자 마약을 비축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피아들의 마약 판매 매출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전했다. 일부 마피아들은 병원에 마스크를 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섬 등 소득 수준이 낮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식료품 가게를 약탈하는 일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폭동의 초기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이동 금지령이 4주째에 접어든 이탈리아에서는 이동 금지령 장기화에 따른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은 이탈리아 남부 일부 지역에서 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대형 마트 앞을 지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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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스페인 북서부 해안에서 해안 경비대가 마약을 싣고 가던 고무 보트를 단속하는 장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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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이동 금지령으로 가족들이 집안에 머물게 되면서 가정 폭력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파리와 교외지역에서 배우자나 자녀를 폭행하는 사건 신고가 일주일 사이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 정부가 집단 발병을 막기 위해 교도소 재소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가정 폭력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는 속도 위반 차량이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동 금지령으로 도로가 한산해지면서 이동이 허용된 일부 운전자들이 과속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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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영국 노스요크셔에서 경찰관들이 이동 금지령을 운전자들이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나가던 차량을 불러세우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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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국이 잇따라 이동 금지령을 발동시켜 유동 인구가 줄어들자 성매매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했다. 전염병이 도는 시기라서 모르는 사람과 신체 접촉을 피하는 것도 성매매가 줄어드는 원인이다. 성매매를 둘러싼 범죄가 급감했지만, 매춘 여성들은 생활고에 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프랑스의 성매매 여성 노동단체인 스트라스(STRASS)의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업급여 수당도 못 받고 재택 근무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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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성매매 여성 노동단체인 스트라스(STRASS)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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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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