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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엔제재도 회피한 北 선박들, 코로나19에 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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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 방역요원들이 선박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캡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해 온 북한 선박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항구에 발이 꽁꽁 묶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위성사진 분석 자료와 자체 입수한 민간 상업 위성 사진을 분석해 이같이 평가했다. RUSI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남포항에는 지난 3일 총 139척의 북한 선박이 정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한 달 전의 50척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서해 남포항은 북한 선박들이 중국 등을 오가며 석탄, 정유 제품을 비롯한 금수품목을 밀거래하는데 활용해 온 핵심 항구다. NYT는 남포항에 정박한 선박들 가운데는 제재 회피에 연루된 선박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RUSI는 유엔에 의해 2019년에 두 차례, 올해 1월에 각각 불법 활동을 해온 것으로 지목된 ‘뉴 리젠트’(New Regent) 호를 비롯해 불법 거래에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어온 선박들이 남포항에 정박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중국 저우산 인근에서 포착됐던 ‘티앤 통’(Tian Tong)호도 2월 14일 이후 줄곧 남포항에 정박 중이다. 티앤 통 호는 당시 북한산 석탄을 중국에 운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NYT는 민간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을 통해 동해상의 북한 청진항에서도 발이 묶인 선박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NYT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경봉쇄 조치의 일환으로 선박들을 항구에 묶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코로나19가 북한 선박들을 놀리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제재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보이지 않는 적’으로 규정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 측면에서만 본다면 “코로나19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효과적인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도 이루지 못한 것을 코로나19가 해냈다고 설명했다.

대북제재 회피에 이용됐던 이들 선박의 발이 묶이면서 북한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NCNK) 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의 수출이 감소하고, 석탄 밀거래 등이 중단됐다면 확실히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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