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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칼럼]차라리 50만원씩 주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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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대통령 발언처럼 모든 국민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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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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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소득 기준인지, 소득인정액 기준인지에서부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지급은 언제 하느냐는 등 정해진 게 별로 없다.

소득인정액은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기타소득 등을 합계한 종합소득액(소득평가액)과 부동산·전월세보증금·금융재산·자동차 등 주요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쳐 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핵심은 가구원수별로 차등해 1인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이상 100만원이다.

소득하위 70% 이하 1400만 가구, 세금을 내기 전 월 710만원 수입 가구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로 지급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예금이나 공과금 납부로 빠지지 않고 바로 소비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호봉제 직장인들의 경우 연차가 높거나 맞벌이일수록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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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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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을 누리거나 고액 자산가, 일부 자영업자들은 대상이 되는 반면, 유리알지갑으로 살고 있는 연간 8천만 원 이상 봉급생활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상에서도 "부잣집 백수 자녀는 지원금 받고 월급 받아 세금 꼬박꼬박 내며 사는 중간층들은 못 받는다면 박탈감이 들 것", "전셋집 사는 가구는 돈을 못 받고 고가 아파트 사는 백수는 받을 수 있다는 건가"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712만원은 받고 713만원은 못 받는 '경계선 소득'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원금 대상 가구 산정은 가구원 수에 따른 가구 소득 분포 자료가 아직 없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사회적 형평성에 맞게끔 새로운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받고 안 받을 대상자를 가리겠다고 했지만 언제 전 국민의 소득뿐 아니라 재산까지 고려해 대기준선을 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소득 기준도 2018년이나 2019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크게 준 가정들도 상당할 것이다.

소득은 감소했으나 부동산과 자동차에 걸려 지급 대상에서 빠지는 가구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자체의 재난긴급생활비를 동시에 받는 중복 수령이 가능할지 여부도 문제다.

1인당 최대 40만원을 지급하는 포천시에 사는 4인 가구는 26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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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주재하는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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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복 수령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겠지만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정부와 지자체들이 서로 생색을 내는 바람에 사는 지역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에 지방정부의 20% 매칭 조건을 달은 것도 지방정부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성급하게 따라하다가 구체적 실행 계획도 마련하지 못했으며 부작용들을 예측하지 못한 정치적 결정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31일 정치권은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총선의 핵심 의제가 된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100% 국민 모두에게 지원하지 못하고 70%의 국민에게만 지원하게 됐다"라며 "상대적으로 생활의 여유가 있는 분들은 조금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인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 역시 조금 아쉽다"라고 말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총선을 겨냥한 매표 욕망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라면서 "만일 주겠다면 편 가르지 말고 다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세돈 공동위원장은 회의에서 "앞으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70% 하위소득이 되는가 안 되는가', '예금 소득을 집어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이다. 어마어마한 혼란에 대해 사전 준비도 없이 정부가 불쑥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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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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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은 어차피 총선 이후 열릴 20대 마지막 국회에서 다뤄질 것이다.

코로나에 지치고 일손을 놓고 있는 국민을 위로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졸속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을 지급할 게 아니라 미국처럼 초고소득자를 제외한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코로라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해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개연성도 있다는 전망에 따라 1차에는 개인당 30만원에서 50만원씩을 지급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소득하위 50~70%에 맞춤 지원을 하더라도 이번 한 번에 한해 불공정성·형평론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문 대통령은 30일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 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며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처럼 모든 국민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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