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 미사일 아닌 포토샵 기술 늘었다? "발사체 사진 조작 의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 북한 기만술 가능성 제기

군 "개발능력 과시하려는 북한 의도일 수도"

북한이 지난 29일 강원 원산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를 놓고 군 안팎에선 “북한의 기만술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물론 군 당국까지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발표 내용에 모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독일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북한이 지난 29일 초대형 방사포라고 주장하며 쏘아올린 발사체에 대해 "발사체와 발사관의 길이가 맞지 않는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르쿠스 쉴러 박사 트위터 캡처]



군 관계자는 31일 “북한이 지난 29일 쏘아 올린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19-5)'라고 표현했지만 한·미 탐지 자산으로 확인한 발사체는 이와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부대들에 인도되는 초대형 방사포”라고 한 전날(30일) 노동신문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종류의 발사체”라고 덧붙였다.

초대형 방사포와 관련,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처음 시험 발사한 뒤 모두 7번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노동신문이 30일 공개한 사진의 발사체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발사체와 모양이 거의 비슷했다. 북한은 이들 발사체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19-2··19-3)'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29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를 발사하고 이를 초대형 방사포로 속인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주장해온 신형 4종 세트 발사체(북한판 이스칸데르(19-1),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19-2·19-3), 북한판 에이테큼스(19-4), 초대형 방사포(19-5))의 전반적인 개발 흐름으로 보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시험에 나섰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7월 31일 시험 사격이 진행됐다고 보도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의 모습. 이례적으로 화면 전체를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의혹 제기에는 해외 전문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이날 트위터에서 “북한 매체가 지난 30일 공개한 사진에 조작이 의심된다”며 “미사일 직경과 발사관의 크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또 발사된 뒤 이동식 발사대(TEL)를 휘감은 연기가 일부만 나타나고 화염의 밝은 부분이 사진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수상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쉴러 박사는 “몇 달 전부터 북한이 왜 비슷한 성능의 무기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하고 있는지 의아했는데 다시 사진을 보니 엉성하게 꾸며낸 가짜였다”며 “북한이 포토샵 작업을 (실제 공개한 것보다)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북한이 지난해 8월2일 실시한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시험 사격 모습. 발사관만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다. [노동신문 캡처=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반적 산업 역량을 고려할 때 복수의 팀이 동시 다발적으로 유사한 무기체계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북한의 발사체 기만술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 관계자는 “한·미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시험 발사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있다"며 "당시 북한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사진을 모자이크로 처리한 뒤 공개했는데 실제론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쏘고,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라고 속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발사 궤도, 속도, 사전 탐지 자료 등 한·미가 비행 특성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북한의 기만술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와 관련, 한·미 군 당국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우선 꼽힌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우리 측 분석에 혼선을 일으켜 정부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려는 것일 수 있다”며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버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7월 31일 쏜 발사체를 방사포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이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군 당국의 발표를 뒤집는 것이었다. 이후 군 당국의 대북정보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북한이 개발 능력을 허위로 과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모든 무기를 마치 동시에 독자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드러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