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피해자 유족, 국가 상대로 손배소 제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경기도 화성시 A공원에서 경찰이 지표투과레이더 등 장비를 이용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사건 발생 31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연쇄살인범 이춘재(57)가 자백한 사건 중 하나로 당시 수사 경찰이 이를 은폐한 것으로 나타나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참본의 이정도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당시 담당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30년 넘도록 지연되고 있고, 유족은 피해자의 생사조차 모른 채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며 “이에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담당 경찰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소송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 공권력에 의한 은폐·조작 등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이후 담당 경찰관들에게 구상권 행사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 유사 사건 발생을 예방할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이번 소송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 은폐에 가담했던 당시 형사계장 등에 대한 형사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이 제기된 때문이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법원이 어떻게 법리를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번 배상 소송을 통해 최소한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과 공권력에 의한 사건 은폐∙조작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징적 배상 소송인 만큼 청구액은 향후 조정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이르면 6월 말 이전에 첫 재판기일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유족들은 배상 청구 소송 직전까지 신원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은폐 경찰관들에 대한 형사처분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이춘재. 연합뉴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사라진 사건이다. 이춘재의 자백 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시 담당 경찰관들이 김 양의 유류품과 사체 일부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당시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 처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유족 측은 지난 1월 이들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및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