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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밀가루 대신 흙으로 만든 도넛으로 전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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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학고재갤러리 개인전 '도넛 피어'

연합뉴스

개인전 '두 낫 피어'에 전시된 '아주 아주 큰 도넛' 연작 사이에 선 김재용 작가 [학고재갤러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보고 있으면 당장 한입 가득 채우고 싶지만, 실제로 먹을 수 있다 해도 아까워서 차마 입에 넣지 못할 듯하다.

화려한 색채와 문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도자기 도넛이다. 한 입 베어 물 수는 없어도 시각적으로 충분히 달콤한 쾌감을 전한다.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김재용 개인전이 개막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의 첫 한국 개인전으로, 실제 도넛 크기부터 1m짜리 대형 도넛까지 약 1천500개 도넛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가장 안쪽 전시실의 '도넛 매드니스!!'는 실제 크기 도넛 1천358점을 설치한 대작이다. 하나하나 공들여 만든 도넛 조각들이 모여 달콤한 에너지가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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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도넛 매드니스!!' 연작 앞에 선 김재용 작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작가의 삶이 벼랑 끝에 몰린 시기 평소 좋아하던 도넛을 떠올려 시작한 작품이다. 행복과 쾌락, 인간의 욕망은 물론 그 이면의 씁쓸한 감정과 현실이 교차한다.

건설업계에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중동에서 보낸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 조소부에서 미술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적록 색약으로 국내 미대에 진학하지 못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각을 전공했다.

그가 처음부터 '도넛 작가'는 아니었다.

뉴욕에서 작가 활동을 하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부닥친다. 당시 전업 작가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생계를 위해 요식업에 투자했으나 큰 실패를 맛봤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그는 도넛 가게를 알아보기도 했다. 도넛을 좋아하기도 했고, 큰 비용과 기술 없이 창업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작가 생활을 접을 수 없던 그는 밀가루가 아닌 흙으로 도넛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15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도한 새로운 도넛 작업도 볼 수 있다.

하나는 '아주 아주 큰 도넛' 연작이다. 1m 이상의 거대한 도넛은 실제 크기 작은 도넛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른 하나는 청화 도자 형식을 빌린 작업이다. 청화 안료로 서양 신화와 한국 민화에서 차용한 이미지, 중동풍 아라베스크 문양 등을 그렸다. 한국 전통 채색기법과 도넛, 이국적인 문양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시련과 실패도 겪었지만 김재용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을 추구한다. 도넛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소재였다.

작가는 "미술을 하는 매력은 사람을 웃음 짓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도넛은 미소를 만드는 도구이며, 내 머릿속은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도넛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 '도넛 피어'(DONUT FEAR)는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으로 지었다.

서울과학기술대 도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격려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로도 들린다. 4월 26일까지.

연합뉴스

김재용 '동양과 서양에서 자랐거든', 2018, 세라믹, 언더글레이즈, 산화 코발트, 유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135x132x3.8(d)cm [학고재갤러리 제공]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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