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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처음 하는 온라인 수업 어쩌나"…학교·가정 모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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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개학 연기에 이어 사상 초유 온라인 정규수업이 예고되면서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수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다음 달 9일부터 등교 없는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고, 나머지 학년도 다음 달 16일과 20일 차례로 온라인 수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은 개학에 앞서 다음 달 1, 2일 모든 학교에서 정규수업에 준하는 온라인 원격수업을 합니다.

개학일 이전에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한 준비이자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포석입니다.

학교마다 정규 수업처럼 시간표를 짜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교사는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학생과 온라인으로 얼굴을 맞대고 실시간 소통하며 수업하는 방식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은 일주일간 367개교에서 비대면 원격교육을 시범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 기간 시범 학교에서 문제점 등을 발견한 뒤 개선 방안을 마련,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학교에 적용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 교사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계정이나 마이크 달린 헤드셋 신청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전과는 180도 다른 온라인 수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부산 동래구 한 고교 교사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경우 대부분 교사가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라 얼굴 빼고 목소리만 넣겠다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 창원 모 공립초등학교 교무부장은 "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명확한 계획도 세우기 어렵다"고 토로했고, 한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 공부 방식 등이 다른데 온라인 수업이 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교사는 온라인 수업 환경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경남 모 중학교 교사는 "한 가정에 학생이 2명 이상 있는 경우 강의를 어떻게 들을 것인지 염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도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중학생 1학년과 3학년 자녀 2명을 둔 김 모(48·여·경기도) 씨는 정부의 '온라인 수업' 방침이 당혹스럽습니다.

김 씨는 "온라인 수업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아무래도 수업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다"며 "아무래도 스마트폰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집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 1대 외에 컴퓨터 추가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이 모(경남 거제) 씨 역시 "온라인 수업은 인터넷 강의와는 달라 짧게는 2∼3교시에서 길게는 7∼8교시까지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 집중도가 떨어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지 안내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온라인 수업 준비 미흡을 지적하거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실제 경기지역 초등학교는 가정 통신문을 보내 노트북을 빌려 가라고 안내했지만, 학부모 반응은 미온적이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서버 다운 상황에 대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실제 충북 모 학교는 오늘(31일) 온라인 수업을 시범 운영했지만 교사, 학생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접속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 모 고등학교에서도 학교 홈페이지와 통신문 등을 통해 EBS 강좌를 안내했지만,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실시간 접속이 가능한 개별 환경도 난제로 꼽혔습니다.

각 시도 교육청은 스마트 기기가 없거나 무선 인터넷 장비가 없는 학생을 조사해 학교가 보유한 여유 PC를 빌려주거나 예산을 지원해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도와줄 어른이 없는 맞벌이 가정의 초등 저학년과 취약계층 자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혼란 속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미래형 교육 형태나 창의적인 교육 발현 공간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부산 사상구 창진초의 경우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자료를 활용해 학습하고 퀴즈를 풀 수 있는 자체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해 호응을 얻은 사례가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해본 교사들은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채팅을 통해 소통하고 오히려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잘 못 다루면 가르쳐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오 부산과학고 교장은 "스마트폰을 시작한 뒤 딴 세상이 열렸듯이 온라인 수업도 두려움과 거부감을 이겨낸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앞으로 더 강력한 감염병이 등장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혁제 정관고 교장은 "다양한 수업의 형태를 인정해주면 창의성이 발현돼 새로운 수업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하면 되고 지금 필요한 건 학교와 교사를 적극 지지해주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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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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