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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소설 속 우한 바이러스, 인간이 만들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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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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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바이러스 포비아'가 확산중인 가운데 우한에서 창궐한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소설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이 4월 10일 출간된다. 매년 2000만부 이상이 팔리고 38개 언어로 세계 80개국의 독자와 만난 세계적인 서스펜스 거장 딘 쿤츠(75)의 다른 작품들은 이미 한국에 여러 번 소개됐지만 '어둠의 눈'이 한국 독자와 만나는 건 1981년 발표 이후 40년 만이다. 공식 출간을 앞둔 출판사 다산북스의 도움을 받아 딘 쿤츠 소설을 열어 디스토피아 풍경을 엿봤다. 서사와 플롯의 스포일러는 가급적 피하며 전한다.

안무가 크리스티나 에번스(이하 '티나') 시점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아들 대니는 1년 전 버스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전남편 마이클과 이혼 후 홀로 남은 티나는 마치 '절망의 바다'에서 익사하기 직전이다. 아이의 환영은 눈앞의 실재처럼 감각되지만 삶은 오래전에 허물어졌다. 본인이 만든 안무가 올려지는 무대에의 집착이 티나를 살게 하지만, 허상을 담은 '쇼'의 이면에서 증류된 본질은 '대니가 죽었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끝없는 슬픔뿐이다.

어느 날 티나는 누군가 자신의 집을 침입했다는 망상에 빠진다. 대니의 방에 적힌 문구 때문이다. 방에는 이렇게 쓰였다. '죽지 않았어.' 티나는 지인의 악의적인 소행을 의심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티나의 몽유병을 의심한다.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출몰하자 티나는 대니의 무덤을 열지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광기 어린 혼란, 한기가 흐르는 차분함을 오가던 티나는 결국 대니를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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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대니는 살아 있다. 이름 없는 공적기관에서 '죽지 못해' 살아 있었다. 대니를 괴롭히는 바이러스 명칭은 '우한-400'이다. 진실을 추적해 발견한 사실은 한 중국인 과학자가 미국으로 망명할 때 생화학무기 정보를 가져가며 거대한 스케일의 비극은 시작됐다는 점이다. 다만 대니가 감염된 이유는 불의의 사고에 가까웠다.

팬데믹을 초래한 2020년의 코로나19와 1981년 딘 쿤츠가 그린 '우한-400'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 '우한-400'의 소멸 온도가 다르고 제시된 치사율,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도 코로나19와는 전혀 딴판이다. 또 '우한-400'이 정치적 목적으로 창조됐다는 점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확인되지 못할 음모론보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지목된 발원지가 후베이성 우한이라는 점, 바이러스가 '인간만을' 공격한다는 점, 주요 장기 기능이 정지된다는 점, 지역 전체를 '영구적으로' 오염시키진 않는다는 점에서 닮은 측면이 많다.

감질나는 설명 대신 소설 일부만 옮기면 아래와 같다.

"바로 그거요. 그리고 우한-400의 장점은 그 밖에도 많소. 대부분의 생물무기와 비교했을 때 아주 중요한 장점들이지. 일단 하나를 들자면, 바이러스와 접촉한지 네 시간만 지나도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가 있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잠복기가 짧단 말이오. 그리고 일단 감염이 된 사람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게 되오. 대부분은 12시간 만에 죽어버리지."

딘 쿤츠 작가가 소설 곳곳에 배치한 시사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바이러스로 인한 치명적 비극을 광의의 개념에서 조망하는 대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티나의 절절한 모성애를 가져와 슬픔을 완벽하게 개인화시켰다. 망자와 환자의 숫자로 죽음을 객관화시키지 않고 바이러스에 따른 인간의 지극한 슬픔을 냉혹할 정도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관리하고 있음에도 대니의 감염에 괴로워하는 실험실의 칼튼 돔비 박사도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라는 주제를 발생시킨다.

또 티나가 처음부터 아들의 생사 여부를 확신하지 않고 소설의 중간 부분까지 자신의 본 것과 느낀 것을 의심하며 부유한다는 점도 진실과 거짓에 때로 미혹되지만 그 미혹이 사실임을 확인하려 세계를 향해 투쟁하는 인간상을 완벽하게 상징해낸다. 딘 쿤츠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독자들이 '어둠의 눈'을 좋아한 이유는 잃어버린 아이, 또 어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소재가 우리 마음속 원초적인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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