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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주한미군 韓근로자 무급휴직 결국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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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31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입구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와 미군 병사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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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31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타결을 위해 조율을 시도했으나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500여 명은 강제로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주한미군이 한국 측 분담금을 문제 삼아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량으로 무급휴직시킨 것은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 창설 이래 초유의 일이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31일 정부 e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오늘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 무급휴직을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면서 "양국 간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이어 "한국인 근로자들이 조속히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미국이) 조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측은 3월까지 타결 조짐이 보이지 않자 지난 25일 전체 한국인 근로자 8500여 명의 절반가량인 4500여 명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해둔 상태다. 이들은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협상이 최종 타결돼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한국 대표단은 지난달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가진 7차 회의에서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에 대한 금액에 대해서만 양해각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인건비만 해결하고 넘어갈 경우 전체 SMA에 대한 협의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주한미군은 의료·보건·안전 등의 분야 근로자는 대부분 남긴 반면 전투지원 등 주한미군의 임무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근로자 위주로 휴직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 관계자는 "임무수행 분야 근로자 중 70~80%는 무급휴직을 통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실상 준비 태세를 유지할 수 없어 주한미군이 군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측 협상대표단은 최근 협의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조기에 미국 측과 협의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대사는 "3월 중순 미국에서 개최된 7차 회의 이후에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서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협상을 개시한 이래 역대 어느 때보다도 큰 의견 차이로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미국 측은 단순히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비용 분담을 넘어 '포괄적 동맹 기여'로 SMA의 틀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반도 방위에 50억달러(약 6조1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기존 SMA의 틀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은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양측은 7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의견차를 조금씩 좁혀갔으나 올해 초까지는 타결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대표단이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무급휴직 사태가 길어지기 전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우리 대표단은 지난 21일 LA에서 돌아와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전화통화 등을 통해 계속 미국 협상팀과 논의를 이어왔다.

[박만원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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