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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울화통에서 우울증까지 ‘조국 사태’를 소설로…“해답은 독자가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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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시와 시조에서 소설까지 넘나드는 홍찬선 작가 첫 소설집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

머니투데이

작가 홍찬선은 ‘나비형’으로 곧잘 묘사된다. 여러 장르를 기웃대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유형으로, 한 장르에 목숨 거는 개미형과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적어도 그렇다. 시로 시작해 시조를 거쳐 두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소설가로 등단했다.

내실을 보니, ‘개미나비형’인 듯 싶다. 이것저것 다 하면서 재능도 모두 인정받아서다. 최근 첫 소설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라는 제목부터 제법 낭만 가득한 작품을 내놓았을 때, 두 교수가 달라붙어 호평을 숨기지 않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의 글쓰기는 기자 경력으로 단련된 촉과 현장감, 작가 등단 이후의 무한한 아이디어가 결합한 시너지의 소산 같다.

첫 소설은 그런 흐름의 결정체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조국 사태’를 상상의 나라로 옮겨와 풍자 형식으로 엮었다. 작가는 “시와 칼럼, 술안주로도 풀 수 없는 울화통을 그대로 두면 우울증까지 이어질 것 같아 펜을 들었다”고 필연적인 작업 배경을 밝혔다.

이 소설에 대한 작가의 결론은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정통적인 플롯 형식을 파괴한 숨김 장치들이 복선으로 깔려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깊고 넓은 눈으로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

소설의 1막이 조국 정국을 다룬 ‘그해 여름’까지의 이야기를 단편소설 9개로 묶었다면, 2막은 평범한 우리 일상을 그린 ‘하얀 운동화’라는 테마에 단편 8개를 모았다.

2막에선 한국에서 산업화가 시작된 1970년대 한 농촌 아이가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뒤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리며 장년이 된 순간, 그해 여름의 소년과 마주하는 내용을 그린다. 수많은 자기 몫의 삶의 무게에서도 희망이라는 ‘생’(生)를 놓지 못하는 우리의 불편한 현실과 기대해야 할 희망의 서사가 교차로 오간다.

순진한 소년이 직시하는 삶이 진짜일까, 무거운 현실 앞에 은유로 감싸는 중년의 뼈아픈 삶이 진짜일까. 작가는 2막에서도 그럴듯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유화인 듯, 수채화인 듯 알 수 없는 화풍의 진위를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소설은 때론 시처럼 은유적이고, 시조처럼 메시지가 명확하다. 그 둘의 혼재에서 발견하는 해석의 재미가 이 소설에 오롯이 녹아있다.

작가는 “쓰다 보면 주제와 소재에 맞는 장르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느낌에 따라 선택해서 쓰면 나비형과 개미형을 융합한 패치워크(짜깁기) 문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건방짐이 내 안에서 싹튼다”며 “다양한 글쓰기가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니라 누런 벼 이삭 출렁대는 황금 들녘이 되는 길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홍찬선 지음. 넥센미디어 펴냄. 352쪽/1만8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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