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사설] 사상 첫 ‘온라인 개학’, 디지털 격차 극복이 관건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국 초·중·고의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경보가 여전히 ‘심각’ 단계인 상황에서, 6일 등교 개학에 대한 전문가와 학부모들의 우려를 받아들이면서도 학사 일정 진행과 학습 공백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31일 원격수업 운영 방식, 부족한 학습도구와 서버 확보 대책 등을 내놨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원격 정규수업인데다 30일 공개된 시범수업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벌어진 탓이다. 외부적 요인으로 결정된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기 때문에 준비 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혼선을 줄이기 위해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계층 간,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원격수업이 학생들 간의 디지털 격차까지 벌려놓아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스마트기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 17만명의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기기와 인터넷 연결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 수업 진도를 버거워하는 학생이나 기기 사용이 불편한 장애 학생, 집중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교사의 보살핌도 촘촘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무용지물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교육부가 이를 위해 시각·청각 장애 학생과 발달장애 학생, 다문화 학생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스럽다.

이참에 교육부는 이번 온라인 개학을 단순한 응급책이 아닌 온라인 정규교육 체계화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정규수업에서 우리나라 학교의 디지털 도구 활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지경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익숙했던 교실 수업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이 새로운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해 학교 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때”라고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많은 교사들이 낯설고도 과중한 업무의 와중에도 이번 온라인 개학을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진입문으로 받아들인다니 반갑다. 급한 불을 끄면서도 ‘백년대계’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다. 교육계가 위기 해결 그 이상의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하길 바란다.

▶[연속보도] n번방 성착취 파문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