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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나이키·홈디포…코로나 위기서 돈 몰리는 美 '블루칩 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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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난주 우량 회사채 90兆 역대 최대

나이키 7.3兆 홈디포 6.1兆 '자금 수혈'

'패닉' 증시 투자자들, 우량 회사채 몰려

연준 회사채 매입 방침, 투자 매력 높여

일각서 디폴트 우려…"과한 부채, 위험"

이데일리

미국의 한 나이키 매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 ‘블루칩 회사채’로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한 주간 미국에서 새로 발행된 투자등급 회사채 규모는 역대 최대인 90조원에 가까울 정도다. 나이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줄이어 자금 수혈에 나섰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기업과 증시 폭락에 맞서 안전한 자산을 찾는 투자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만 우량 회사채라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골을 가늠할 수 없는 탓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게 대표적이다.

◇美 지난주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90兆

30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발행된 투자등급 회사채는 730억달러(약 88조9000억원)에 달했다. 주간 기준 역대 최대다. 종전 최대치였던 2013년 당시와 비교해 21%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글로벌 소매기업인 나이키와 홈디포는 각각 60억달러(약 7조3000억원), 50억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지수에 따르면 지난 27일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는 3.70%를 기록했다. 한 주 전인 20일(4.58%)보다 0.88%포인트 급락(회사채 가격 급등)했다. 그만큼 회사채 시장에 투자 자금이 몰렸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2.43%)보다는 아직 가격이 싸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투자 심리가 확 쪼그라든 상황에서 우량 회사채는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가 나빠져도 블루칩 자산은 살아남는다는 신뢰가 그 바탕에 있다.

그렇다면 이 자금은 누구에게서 나온 걸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앤드루 카프 투자등급 회사채부문 책임자는 “주식, 비우량채권(high yield), 부실채권(distressed debt) 등 위험자산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 중 다수가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 왔다”며 “지난주 나이키의 회사채 입찰에 참여한 4분의1이 이같은 비전통적 투자자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주가가 폭락하자 패닉에 빠진 증시 자금이 우량 회사채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달 들어 투자등급 회사채 가격(27일까지)은 8.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낙폭(15.0%)보다 작다. 그 와중에 국채 가격은 더 상승하며(국채 금리 하락) 회사채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3일 사상 첫 회사채 매입 방침을 밝힌 것도 돈이 몰린 요인이라고 WSJ는 전했다. 연준이 PMCCF(Prim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를 설치해 투자등급 기업을 대상으로 4년간 브리지론(일시 자금 대출)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꺼내들지 않은 파격 카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서한을 통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회복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혼란은) 엄청난 투자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때아닌 우량 회사채 시장 호황 국면을 통해 예측이 어려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칩 회사채 몰리는 주식 투자자들”

하지만 회사채 활황에 대한 우려 역시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용 경색의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CNBC에 따르면 이날 무디스는 미국 비금융 회사채 전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경기 침체로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 추정에 따르면 이 시장은 6조6000억달러(약 8048조7000억원)다. 2009년 중반 이후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78% 급증했다.

무디스는 항공, 숙박, 크루즈, 자동차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민감한 업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에너지 업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에드먼드 드포레스트 무디스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기업 활동이 두드러지게 무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브루킹스연구소 화상연설을 통해 “(코로나19 국면에 들어) 과도한 부채는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수개월 내에 잇단 디폴트를 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디폴트를 피하려는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라며 “이는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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