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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외국인 한국자산 계속 팔 것, 곧 닥칠 2차충격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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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

“한국은 투자자 입장서 위험한 시장

코로나 극복능력, 투자 큰 영향 못줘

두달 간 완성품산업이 피해봤지만

앞으론 부품·소재산업 도산 위기

여윳돈 가졌으면 자산 싸게 살 기회

재택근무·게임 등 수혜업종 잘 봐야”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30일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다. 토포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가 전방산업을 넘어 후방산업에도 전해지는 2차 충격이 곧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포 회장은 이스라엘 출신의 투자자이자 기업가다. 세계적 투자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과 공동으로 2012년 TC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일보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올 2차 충격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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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초대형 경기부양책과 ‘제로(0) 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은 잠시 안정을 찾은듯 하다.

A : “한국은 두 달 넘도록 코로나19와 싸웠다. 미국과 유럽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전방산업(완성품산업)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방산업을 넘어 부품이나 소재를 제공하는 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이 전해지는 것을 ‘2차적 영향(secondary layer effect)’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국가가 즉각적인 피해를 막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2차적 영향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불황이 아직 표면화되진 않았기 때문에 시장도 아직 이 부분을 반영하고 있진 않다. 2차적 영향이 오면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해고와 실직에 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보면 2차적 영향이 조만간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오늘이라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Q :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다면.

A :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각국 정부는 실물경제를 ‘셧다운(shut down·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가 한산해졌고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전시 상황과 비슷하다. 코로나 사태는 이전 위기와는 분명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수개월 더 지속한다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역사상 가장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시장의 자산가격은 향후 약 6개월 정도의 경제활동 예측치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Q : 한국은 초기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 비판받았지만, 최근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의 자금 이탈, 주식·외환시장의 하강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난히 가파르다.

A : “자산가격을 평가할 때 그 나라가 얼마나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잣대가 되지 못한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계적인 투자자금의 흐름은 어디로 향해 가는지가 투자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다.”

Q :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A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 주식시장에서 500억 달러(약 61조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했다. 그때와 3가지 정도가 비슷하다. 첫째,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으로 특히 수출국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둘째, 공급망(supply chains) 붕괴로 한국과 같은 나라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셋째, 해외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이탈하면서 한국 주식과 채권의 가격은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외국인들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높은 자산을 먼저 팔려 할 것이고, 한국 주식과 채권이 바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외국인의 원화 자산 매도 행렬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Q : 한국에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에 대한 논란이 있다.

A : “한국에서 ELS가 엄청나게 팔린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장기 투자자들은 더는 파생금융상품을 선호하지 않게 됐다. 상품의 운용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위기 발생시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 대비 위험을 고려해도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 또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이나 지수가 유행을 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장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ELS를 발행하고 판매한 증권사뿐 아니라 주가연계신탁(ELT), 주가연계펀드(ELF)를 판매한 은행까지도 투자자 보호는 등한시하고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Q : 지금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A : “여윳돈이 충분한 투자자에게는 이번 코로나 위기가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수혜 기업도 있다. 재택근무, 원격 제어 관련 정보기술(IT)기업뿐 아니라 비디오 게임 제작업체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Q : 한국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기회는 없을까.

A :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는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코로나 종식 이후를 내다보고 신소재, 통신 인프라, 바이오,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 등 신성장 사업 육성에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단기간 내 고용률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한국의 일반투자자가 보유 자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기회도 될 수 있다.”

■ 오하드 토포(Ohad Topor)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경제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과 함께 2012년 TC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고,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TCK인베스트먼트는 런던과 서울에 사무소가 있다. 초고액 자산가와 기업이 주 고객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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