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하늘에서 코로나 극복 힘 보탭니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숨진 산불진화 헬기조종사 유족 “어려운 사람 돕는 고인뜻 따를것”

장례후 조의금 울산시에 기부… 울산시, 명예시민증 수여하기로

동아일보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다 추락 사고로 숨진 최성호 헬기 부기장의 부인 이윤경 씨(왼쪽)가 지난달 27일 송철호 울산시장(오른쪽)으로부터 추모패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조의금으로 받은 1500만 원을 송 시장에게 재난기금으로 기탁했다. 가운데는 이 씨의 아들 최유건 군. 울산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의 한 아파트. 고 최성호 씨(47)의 유가족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이들은 3시간 동안 의견을 모았고 “고인이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며 장례식에서 받은 조의금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부인 이윤경 씨(42)와 어머니(82)도 기꺼이 동의했다. 헬기 조종사였던 최 씨는 지난달 19일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다 헬기가 추락해 숨졌다. 당시 울산시는 화재 진압을 위해 민간 헬기를 빌렸고 최 씨가 조종한 헬기는 저수지에서 물을 담아 진화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부인 이 씨는 지난달 27일 울산시청을 방문해 조의금 1500만 원을 재난기금으로 써 달라며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전달했다. 기부금을 받은 송 시장은 이 씨에게 추모패를 전달했다. 울산시는 6일 최 씨에게 명예시민증을 주기로 했다. 울산에서 재난 구호를 하다 숨진 사람에게 수여되는 첫 명예시민증이다.

이 씨는 “소방관들이 (실종된 남편을) 저수지에서 수색할 때 헌신적인 모습이었다. 행여 유족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당시 수색 작업에는 소방관 160명이 참여했다. 이틀 동안 야간에도 작업했다. 이 씨는 “당초 조의금을 소방 관련 기관에 기부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 많다며 이들을 돕는 게 더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출신인 고인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년 8개월 동안 전방 등에서 근무했다. 육군 소대장 임무를 마치고 육군항공학교에서 헬기 조종사 교육을 받았고 근무 기간 동안 1500시간의 운항 기록을 남겼다. 2015년 소령으로 전역한 뒤 2017년부터 민간 헬기 회사에서 조종사로 근무했다. 형 최재호 씨(49)는 “원칙을 지키는 군인이었다”며 동생을 떠올렸다. 고인은 설, 추석 등 명절에도 병사들을 챙기기 위해 부대 당직을 자청했다. 명절 기간에는 거의 귀향하지 않았다. 차량을 운전할 때도 교차로 등에서 항상 주변을 살피는 등 꼼꼼한 성격이었다. 민간 기업으로 옮긴 뒤에도 산불 진화에 투입되면 명절 연휴라도 고향을 찾지 못했다.

고인은 사고 당일 오전까지도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숙제를 챙기는 등 평소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이 씨는 “남편은 가족을 살피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게 평생 꿈이었다”며 “아이들이 자라면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했던 아버지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