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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전자에 몰빵' 동학개미…증시에 온기 안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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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김사무엘 기자] [편집자주] 올해 급락장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개미였다. 일부 빚 내 투자하기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신용을 내지 않고 현금투자를 해 버티는 힘이 강해졌다. 우량주 위주로 매수해 연기금 패턴을 닮은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동학개미'로 인한 시장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

[MT리포트]동학개미운동의 명과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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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급락장을 계기로 등장한 '동학개미군단'은 양극화 성향을 나타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그 중에서도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집중투자하는 이들과 소형 테마주에 단기투자하는 이들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외국인 투매에 대응해 시장 방어를 잘 해내고 있지만, 증시 전체로 온기가 돌지 않아 소외되는 종목이 나온다는 아쉬움이 있다. 단타를 노리는 후자의 경우에는 증시 변동성이 아직 걷히지 않아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3월 2~31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1869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2986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각각 12조5550억원, 2975억원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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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개인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으로 시가총액 상위주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에만 약 5조7000억원을 넣어 전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몰빵'했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 삼성SDI 등에도 1조7000억원 가량을 투자했고, 증시 반등과 원유 상승에 베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도 2조4000억원 이상 쏟아부었다.

시가총액 상위주에 투자한 덕에 시장 방어 효과는 톡톡히 봤다. 3월 한 달 간 코스피 지수 낙폭은 11.69%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3% 빠졌던 것 대비 낙폭이 절반 수준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데 업종 대표주가 큰 역할을 한다"며 "개인이 시가총액 상위주 10개 중심으로 매수해 지수가 지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소외주가 생기는 점은 문제다. 과거 2008년이나 2011년에는 증시가 급락하면 간접투자상품인 주식형펀드 자금이 늘어 시장 회복 국면에서 다양한 업종에 온기가 퍼지는 경향이 있었다. 공모펀드는 한 종목을 편입자산 내 10% 이상 담을 수 없어 고루 분산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번에는 소수 종목에 대한 직접투자가 이뤄지면서 개인 관심을 받지 못한 시가총액 20~30위 종목들은 우량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외국인 매도물량 대비 매수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역대 최저 밸류에이션에 머무르고 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인 은행주나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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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17조원 넘게 유입됐는데 이중 액티브주식형에 13조2900억원,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인덱스펀드에는 3조7300억원이 투자됐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연간 13조8200억원의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 자금 중 액티브펀드에 8조7600억원, 인덱스펀드에 5조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지난 3월 한 달 간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액 4조6100억원 중 99%인 4조5900억원이 인덱스펀드로 쏠렸다.

허필석 마이다스운용 대표는 "간접투자상품에 돈이 들어오면 저평가된 종목을 골고루 사게 될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매는 패시브 형태로 포진되는데, 개인 매수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쏠려 있어 그 사이에서 매물은 많은데 매수는 없는 어중간한 업종은 실적과 무관하게 수급 때문에 주가가 더 빠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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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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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가 쏠린 일부 종목들에 외국인 매도세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이 시가총액 비중대로 기계적으로 파는데, 개인들이 삼성전자를 과매수하고 다른 종목을 안 사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만 높아지면, 이 종목을 더 팔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주와 달리 단기매매차익을 노리고 테마를 탄 소형주에 투자한 이들은 원금 보전도 어려워질 수 있다. 허 대표는 "코스닥 시장에서는 여전히 바이오나 진단키트 사업만 걸었다 하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다 같이 빠졌을 때 더 큰 손실을 보기 쉬운 만큼 꼭 삼성전자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대표할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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