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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부동산 포함하면 서울 집주인 절반이상 지원금 못받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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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지원금 기준 논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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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일정액 이상 부동산 등 자산을 가진 사람을 우선 '컷오프'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건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월 중순 지급 기한을 지키기 위해서다. 가계자산 중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핵심 자산만 조사해 집행 속도를 끌어올리고 고가 주택 보유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보유자들이 대상에서 대거 배제될 가능성과 함께 주택 1채만 갖고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등을 중심으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TF 단장은 행안부 차관이 맡기로 했다.

김강립 복지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건강보험료를 주로 활용하는 방안과 소득과 재산을 같이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며 "어느 한 가지 방안만으로 완벽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여러 가지 대안을 같이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정하는 소득평가액 기준과 자산 보유액을 고려하는 '컷오프' 방식이 함께 고려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입률이 100%에 육박하는 건보는 개인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소득 제한이 있는 공공 분양이나 신혼희망타운, 국민임대 입주 자격을 확인할 때도 직장인은 건강보험 보수월액을 소득 확인 수단으로 삼는다. 하지만 직장인(직장가입자)과 자영업자(지역가입자) 기준이 다른 게 단점이다. 직장인은 월급과 종합소득을 '소득평가액'으로 삼지만 자영업자는 주택·토지 등 재산도 합산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전 국민을 소득 기준으로 '줄' 세우는 만큼 직장인도 똑같이 자산을 평가해 선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격을 파악하기 쉬운 부동산과 차량 등이 주요 평가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주택이 가계자산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집값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수급 대상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 비싼 서울·수도권 중산층 등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은 9억1812만원이다. 전국 기준(3억4016만원)보다 2.7배 높다. 정부가 자산조사를 통해 상위 30%를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할 때 시세가 아닌 공시가를 적용한다. 시세 9억원 정도면 공시가격은 5억~6억원이다. 서울에서 시세 9억원 정도 아파트는 최근 수년간 가격 급등으로 강북 중산층 주거지에도 많다.

수도권에 집 한 채만 가진 은퇴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득도 없이 세금만 많이 내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이중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고가 전세 주택은 정부가 전세금 정보를 일일이 파악해 자산 기준에 반영하기 어려워 또 다른 불만을 발생시키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 점유율(자기 집에 살고 있는 가구 비율)은 57.7%를 기록했다. 전세금이 높은 서울은 43.3%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부 기준이 오락가락 혼선을 거듭하고 갈수록 복잡한 '난수표'로 변해가려 하자 서민층·피해층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크지 않은 돈으로 국민 간 갈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진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긴급재난지원과 관련된 청원글이 다수 올라와 있는데 모두 지급 기준과 관련된 불만이다. '부동산, 주식, 예금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고려해 지급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하위 70%가 아니라 전 국민 동일하게 지급해 달라' 등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에 시작이 정치권이 총선을 겨냥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운을 뗀 '기본소득'이어서 못 받는 계층은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어떤 기준을 정하든 사회 갈등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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