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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홍남기 이유있는 고집…상위 50%부터 재난지원금 효과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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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 소득기준과 관련, 추가 점검 및 절차가 필요하다"며 "다음주 세부 가이드라인 제공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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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긴급재난지원금을 취약계층에 한해 지급하자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29일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홍 부총리는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5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급 범위를 넓힐 경우 소비 진작 효과가 낮은 계층에게까지 나랏돈(재정) 지출을 늘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총선 직전임을 강조한 청와대·여당 주장대로 이 범위는 중산층을 포함해 소득 하위 70%로 정해졌다. 평소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던 홍 부총리가 왜 이번 만큼은 '결사반대' 의사를 보였을까.



상위 50%, 100만원 넘게 저축?



힌트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통계에 있다. 본지가 1일 관련 통계(2018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6분위(소득 상위 40~50%) 가구부터 저축액(월 소득-소비지출-비소비지출)이 100만원을 넘어선다. 6분위 가구는 월 소득(444만원)에서 식료품·주거비·병원비 등으로 소비(255만원)하고 세금·사회보험료·대출이자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75만원)을 빼고도 114만원이 남는다. 이번 재난 지원금 지급 대상자 중 가장 소득이 높은 7분위 계층(상위 30~40%)도 저축액이 144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이 중산층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지급하더라도 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은 재난 지원금으로 받은 소비쿠폰·체크카드를 사용하면 기존에 쓰던 현금이 남기 때문에 이를 다시 저축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코로나 전에도 '적자 인생'



반면 저소득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에도 소득보다 지출이 더 커 '적자 인생'을 살아왔다. 소득 하위 10%인 이내인 1분위 가구의 경우 월 소득은 80만원이지만 소비지출액은 106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세금·사회보험료 등도 15만원이 빠진다. 매달 41만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2분위 가구(하위 10~20%)와 3분위 가구(하위 20~30%)도 저축할 수 있는 돈이 각각 22만원, 53만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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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별 월소득에서 소비지출액 비중과 저축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식료품·주거·보건·수도·전기요금 등 필수 생활비로 지출하는 비중이 크다. 하위 10% 가구는 소득에서 식료품·물 등으로 지출하는 비중만 26.9%다. 상위 10% 가구의 이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하위 계층일수록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끊기면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다. 통계청 가계 통계에서 지출 부문은 1인 가구를 포함하고 소득은 2인 이상 가구를 측정한다. 이 때문에 1인 가구까지 포함한 실제 소득은 측정치보다 더 적을 수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정부는 재난 지원금이 사회 안전망과 경기 부양책 중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사회 안전망에 무게를 둔다면 저소득층에 당장 필요한 현금을 지급하는 게 옳지만, 목적이 모호하다 보니 혼선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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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 별 식료품·보건·주거비 지출 비중.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원 대상에 대재산가 배제 검토



기재부가 이번 재난 지원금 지급 기준인 소득 하위 70%를 설정하면서 부동산 등 고액 자산가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있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자산총액(2019년)은 1억3146만원에 그치지만, 상위 20% 계층은 이보다 7배 이상 많은 9억4663만원에 달한다. 소득 하위 20% 계층은 매달 대출 원리금 상환에 22만원을 지출하는 반면, 상위 20%는 203만원을 쓴다. 부채를 활용해 자산을 증식하는 속도가 상위층일수록 빠르다. 김동원 전 교수는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소득이 없더라도 보호해 줄 이유가 없다"며 "건강보험료 납부액에는 소득은 물론 자산 기준도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소득 계층을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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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 별 자산 규모와 월별 원리금 상환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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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원 대상 소득 기준은 추가 점검이 필요해 다음 주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재난 지원금 지급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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