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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제발 오늘이 최악이기를…` 중국발코로나로 신음하는 스페인, 확진10만명 돌파·사망1만명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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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비 내리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시민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소재 그레고리오 마라논 병원에서 임시 환자 수용시설로 바뀐 대형 박람회장 `이페마`로 향하는 버스 창 밖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 = 현지 엘 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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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무적함대 아르마다'의 나라 스페인을 하루 하루 절망에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10만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마저 90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보건부는 코로나19확진자가 총 10만2136명이며, 사망자는 총 9053명이라고 밝혔다. 하루 새 7719명이 추가로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같은 시간 역대 가장 많은 수인 864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보건부가 발표한 피해 규모는 지난 30일 저녁 9시이후부터 다음 날 저녁 9시까지 24시간 동안의 기록이다. 전체 확진자 대비 사망자를 의미하는 치명률은 8.9%로 여전히 이탈리아(11.8%) 다음으로 높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달 28일 이후 매일 800명 이상이 코로나19 탓에 목숨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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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출처 =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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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하루 새 가장 많은 사람들(864명)이 코로나19 탓에 세상을 떠났다. [출처 = 보건부·엘 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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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는 오늘이 피해의 정점이기를 바라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다음 달 11일까지로 1차 연장된 '국가 봉쇄령'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고 상업활동 제한·이동 제한 등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현지 엘 파이스 신문이 전했다. 경제 활동 정상화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봉쇄령 외에도 지난 주말, 시민들에게 '2주간 출근 금지령'를 긴급 발표한 바 있다.

1일, 정부는 추가 경제 부양안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파산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이 '사회보장비용 지불 불이행'을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들이 반드시 내야 하는 사회보장비용 채무를 사실상 감면해준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용직 등 임시직 근로자, 가사 노동자, 직장을 잃어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는 세입자들을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해준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다만 제1야당인 국민당(PP)등이 "정부가 기업가를 적대시하면서 기업활동을 북돋울 대책은 내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어 추가 부양책이 의회에서 순조롭게 통과할 지 의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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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30일(현지시간), 피해가 집중된 마드리드에서 시청 직원이 텅 빈 광장을 향해 깃발을 올리고 있다. [출처 = 마드리드 주지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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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는 지난 30일(현지시간)부터 매일 정오에 깃발을 내걸고 코로나19로 죽어간 사람들과 유가족을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맨 왼쪽 부터 마드리드 주·스페인·유럽연합(EU) 깃발. [출처 = 주지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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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사람들이 무더기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등 날마다 속수무책인 상황만 이어지자 산체스 총리는 '장례 비용 인상금지'조치를 지난 달 30일 발표했다. 발표 시점은 30일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달 14일 이후로 시간을 거슬러 '소급 적용'된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때아닌 특수를 맞은 장례식 대행업자들이 가격 부풀리기를 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돈줄 끊긴 사람들이 가족 장례를 치를 비용조차 댈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이사벨 디아즈 아유소 주지사가 지난 달 29일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내일부터 우리는 매일 정오마다 코로나19로 죽어간 사람들과 가족들을 위해 1분간 침묵하며 그들을 위로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드리드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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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병실로 바뀐 스페인 마드리드 대형 박람회장 `이페마` 모습. [출처 = 엘 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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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 뿐 아니라 왕족도 희생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치료받던 마리아 테레사 부르봉 파르마(86) 스페인 공주가 유럽 왕족 중 처음으로 지난 26일, 코로나19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공주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의 사촌이다.

국회의원과 관료도 속속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바람에 스페인 정치권은 불안 소용돌이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 30일에는 스페인 질병통제국을 지휘하며 대국민 브리핑을 해온 페르난도 시몬 국장이 1차 양성 판정을 받아 활동을 중단했다. 이밖에 카르멘 칼보 부총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 입원 중이고 앞서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과 카롤리나 다리아스 카나리아 영토담당 장관, 총리 부인도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됐다. 스페인 의회도 임시 폐쇄됐었다. 하원 내 제3당인 극우 정당 복스(Vox) 사무총장 하비에르 오르테가 하원 의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탓이다. 이어 복스 당 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칼도 감염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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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긴급 의료 용품을 실고 있는 스페인 A400M 수송기. [출처 = EFE·엘 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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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스페인은 지난 15일(3월 15일)부로 사망자가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섰다. 이어 30일에는 확진자 수도 중국보다 많아졌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방역·이동제한 단속에 나선 마드리드 경찰 500여 명까지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피해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부가 수입한 중국산 불량 진단 키트 논란에 사회가 들썩인 순간도 잠시, 다시 중국을 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의료 물품도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현지에서는 피해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상도 나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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