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형은 방역, 동생은 확진… '코로나 사투' 쿠오모 형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형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영업장 폐쇄 조치 등 고군분투

동생 크리스, 지하실서 원격 방송 "더 나빠질 현실 각오해야" 경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미국에서 요즘 주목받는 한 형제가 있다. 코로나의 온상이 된 뉴욕에서 질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매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62) 뉴욕 주지사와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에서도 방송을 통해 질병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는 크리스 쿠오모(49) CNN 앵커다.

동생 쿠오모 앵커는 지난 31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감염 사실을 알렸다. 그는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었고 열이 나고 오한이 들고 숨이 가쁘다"면서 "크리스티나(아내)와 아이들에게 옮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병에 걸린 것보다 훨씬 더 괴로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앤드루 쿠오모(오른쪽) 뉴욕 주지사와 그의 동생인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 재작년 앤드루 주지사가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다. /앤드루 쿠오모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쿠오모 앵커는 이날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자신의 집 지하실에 격리된 상태에서도 원격으로 밤 9시(미 동부 시각)에 방송되는 자신의 프로그램 '쿠오모 프라임 타임'의 생방송을 진행했다. 창백한 얼굴에 눈이 충혈된 채 카메라 앞에 선 쿠오모 앵커는 시청자들을 향해 "마음을 단단히 먹으세요. 앞으로 몇 주간 우리는 무섭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건 투쟁입니다.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고, 우리는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피곤한 표정에 코를 훌쩍이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와 응급실 간호사, 산제이 굽타 CNN 의학 전문기자 등을 원격으로 인터뷰하면서 "내 사례가 시청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형인 쿠오모 주지사도 동생의 감염 사실을 코로나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크리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젊고 건강하다. '이젠 개도 (내가 격리된) 지하실에는 안 내려온다'고 농담하더라"라면서 "질병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덧붙였다.

쿠오모 주지사는 요즘 미국인들이 TV를 통해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인물이다. 미국에서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뉴욕에서 연일 브리핑을 통해 상황 보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쿠오모 주지사는 요양원, 헬스케어 센터 등 필수 산업군을 제외한 모든 영업장 폐쇄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로 누구를 비난하고 싶다면 바로 나를 비난하라"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봉쇄' 조치를 거론하자 "뉴욕은 중국 우한이 아니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과 달리 미국은 독립적인 입법·행정·사법권을 행사하는 연방제 국가인데 대통령이 주민의 이동 자유를 제한할 권한이 있느냐"고 맞섰다. 트럼프는 결국 뉴욕 봉쇄 조치를 포기했다.

쿠오모 형제는 최근엔 방송에서 형제간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동생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쿠오모 주지사는 동생이 "아무리 바빠도 엄마한테 전화할 시간은 있을 거 아냐. 엄마가 형 목소리 듣고 싶어 하더라"고 하자, "엄마랑 통화했다. 엄마는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하더라. 너는 둘째래"라는 말로 응수했다.

그 다음 주에 다시 동생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쿠오모 주지사는 "아버지는 '앤드루 손은 마치 바나나(다발)라도 되는 양 공을 전혀 다루지 못한다'고 하셨다"는 쿠오모 앵커의 도발에 "그건 거짓말이다. 돈내기를 해도 좋다. 그러면 내가 돈을 차지하고 네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