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말 바꾼 황교안? ‘n번방 호기심’ 발언 논란 일자 “무관용 원칙”… 심상정 “매우 문제적”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참석한 黃 대표 / n번방 관련 질문 받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활동 그만둔 사람 등 개별적 판단해야” / 비난 쏟아지자, “법리적 차원에서 한 일반론적 얘기… 26만 가해자 전원 신상 공개해야” / 범여권 일제히 비난,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해 잘 모르고 한 얘기… 분노마저 인다”

세계일보

황교안(사진) 미래통합당 대표가 일명 ‘텔레그램 n번방’ 관련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n번방에 관련된 사람들(회원 등)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가, 비난이 쇄도하자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성 착취 영상물이 유포된) n번방 회원으로 추정되는 26만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는 게 가능한지’ 묻는 말에 “호기심 등에 의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에 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황 대표는 “오랫동안 n번방에 들락날락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 가입자 중에서 (성) 범죄를 용인하면서 남아있었거나, (범죄)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출된 법안을 정리하고 차제에 특위를 만들어 특별대책을 만들겠다. 성폭력 범죄에 대해 지속해서 강력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당 차원의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끝난 후 황 대표가 ‘개별적 판단’을 언급한 것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n번방에 입장하기 위해선 많게는 150∼2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송금해야 하는데 단순 호기심만으로 해당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는 회원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황 대표 측은 약 4시간 만에 입장문을 내고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법리적 차원에서 처벌의 양형에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적인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n번방 사건의 26만명 가해자와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적인 잣대에도 해당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은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 용서받을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이들 전원이 누구고 무슨 짓을 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제외 범여권 일제히 비난… 민주당 “기본적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

세계일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 홀 앞 계단에서 열린 ‘나라 살리기·경제살리기’ 공동 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여야는 일제히 황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의 몰지각한 ‘호기심’ 발언이 국민 분노를 자아냈다”면서 “n번방은 단순 호기심만으로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강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그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제1야당 대표로 자격을 갖추려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보도자료를 내고 “황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이 ‘호기심’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이는가? 범죄의 소굴에 오래 머문 사람만 처벌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잠깐 있었던 사람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자는 것이 통합당의 입장인가?”라고 황 대표를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내며 여러 단계를 거쳐 성착취물을 좇아 접속한 n번방의 이용자들에게는 죄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라며 “오늘 황 대표의 발언은 매우 문제적이다. 국회로부터의 응답을 기다리는 국민은 묵묵부답인 국회 앞에 절망까지 느끼고 계실 거다. 당장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예림 선대위 부대변인은 “공감능력이 없는 것이라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면서 “이 와중에 가해자를 두둔하는 ‘공능제(공감 능력 제로)’ 황 대표에게서는 일말의 공감능력도 찾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떤 정신 상태길래 여성의 성을 완전히 유린하고 고귀한 인격을 조직적으로 말살한 범죄 현장에 입장한 것을 두고 호기심 운운할 수 있느냐”라며 “공당의 대표로서 좀 더 자신을 돌아보고 이번 선거에 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열린민주당 여성 비례대표 후보들은 “황 대표는 자신이 한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그가 과연 지속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성범죄와 청소년 문제에 대한 황 대표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 분노마저 인다”면서 “도저히 공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