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1 (일)

레전드 양동근이 특별히 언급한 ‘33번’…그리고 크리스 윌리엄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논현) 안준철 기자

“33번을 못 달고 은퇴하는 건 아쉽습니다.”

지난 31일 은퇴를 선언한 프로농구 리빙레전드 양동근(39·현대모비스)는 특별히 33번을 언급했다.

1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양동근은 눈시울을 붉혔다. 은퇴하는 선수들 대부분 가족들을 언급할 때 눈물을 비춘다. 양동근도 그랬다.

매일경제

1일 오후 서울 신사동 KBL 센터에서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동근이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 논현)=천정환 기자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 친구도 잊을 수 없다. 하늘에서 응원해줄 거라 생각한다…울지 않으려 했는데”라고 양동근이 말한 이는 양동근의 프로 초년 시절 현대모비스 왕조를 함께 세운 故 크리스 윌리엄스였다.

윌리엄스는 양동근이 프로 데뷔 후 2~3년차 시즌을 함께 했던 외국인 선수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은 양동근이지만,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양동근이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가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인 윌리엄스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윌리엄스는 양동근과 함께 치른 2시즌 모두 현대모비스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양동근은 두 시즌 연속 MVP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2005-06시즌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윌리엄스가 현대모비스를 떠난 뒤에도 둘의 우정은 계속됐다. 윌리엄스는 2011-12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뛰기도 했다. 윌리엄스가 은퇴한 뒤에도 윌리엄스가 양동근과 가족을 미국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윌리엄스가 급작스레 사망했다.





유니폼에 윌리엄스를 추모하며 CW33을 새기고 뛰던 양동근은 2019-20시즌 마지막 라운드에 자신을 상징하는 6번이 아닌 3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뛸 예정이었다. 33번은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 하지만 정규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프로농규 정규리그가 조기에 종료되면서 양동근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양동근은 윌리엄스를 언급하면서 “Thank you very much, my brother”라고 말했다.

양동근에게 1경기만 더 주어진다면 함께 하고픈 선수에도 윌리엄스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양동근의 농구 인생에서 윌리엄스의 존재는 컸다. jcan1231@maekyung.com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