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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자가격리 일부 입국자, KTX역서 일반 승객과 뒤섞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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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 입국자 의무격리 첫날, 곳곳 혼선

지방 가는 광명역엔 직원 5명뿐 - "20분 간격 밀려드니 감당 안돼"

지자체, 콜밴·관용차 총동원해 수송작전… 119구급차까지 불러

2주 지나면 자가격리 10만명… 정부는 "앱 있으니 괜찮다" 말만

정부는 1일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귀가 관리를 강화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무증상자인 내국인 입국자는 모두 자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귀가하도록 했다. 일반인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조선일보

노부모, 이탈리아서 온 딸·손자에게 "2주 후에 보자" - 1일 오후 이탈리아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한 딸(왼쪽에서 둘째 빨간 외투)과 손자(왼쪽에서 첫째)를 잠시라도 만나기 위해 마중 나온 노부모(오른쪽)가 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교민 등 309명이 1차 임시 항공편으로 귀국했지만 이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강원 평창군 더화이트 호텔에 최대 14일 격리될 예정이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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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방역 당국과 지자체는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일단 그대로 귀가 조치했다. 또 그 외 수도권 거주 입국자는 서울 7곳, 경기 31곳 등 주요 거점에 일반인과 섞이지 않게 버스를 태워 보내고, 비수도권 거주 입국자는 대부분 셔틀버스로 광명역까지 태워 보낸 뒤 KTX로 수송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 귀가(歸家) 작전'은 시행 첫날부터 곳곳에서 혼선을 빚었다.

◇KTX역 활보 입국자에 시민들은 "불안"

광명역에서는 이날 오전 직원 3명이 해외 입국자 20~30명을 20~30분 간격으로 맞았다. 오후에 2명이 추가 투입됐다. 하지만 수가 많다 보니 입국자들의 동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입국자 일부는 일반 승객과 뒤섞여 역 곳곳을 지나다녔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 먹는 입국자도 있었다. 입국자 전용 대기실 앞에 철도경찰대원 2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입국자들을 플랫폼까지 안내하는 것만 우리 역할"이라며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일반 승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모(45)씨는 "역 입구에서부터 입국자들이 뒤엉켜서 들어오는 걸 봤다"면서 "저기 확진자가 섞여 있으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승객 한모(24)씨도 "입국자 중 역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고 화장실도 막 들어가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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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역 관계자는 "정부가 입국자가 줄 거라고 했는데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들어와서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광명역을 이용한 해외 입국자는 전날(3월 31일) 344명에서 이날 513명으로 늘었다. 각 지자체가 입국자를 인솔할 직원을 광명역에 보내기로 했으나 이날 역에는 전남도청 직원 3명과 경남도청 직원 1명뿐이었다.

이날 KTX 천안·아산역에서는 해외 입국자 A(44)씨와 아산시 직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충남도가 해외 입국자 귀가를 위해 콜밴 회사와 협약을 맺었는데, A씨가 "콜밴 비용이 비싸다"면서 충남도가 부른 콜밴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실랑이가 계속되자 공무원은 결국 119구급차를 불러 A씨를 아산시 배방읍까지 데려다줬다.

강원도는 지난달 30일부터 관내 소방대원과 소방서에 배치된 관용차를 동원해 입국자를 공항에서 태워 귀가시키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인천공항을 다녀오려면 적어도 왕복 4시간 이상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입국자 귀가·자가 격리 관리 비상인데…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입국객은 5884명으로 추산된다. 지금처럼 매일 5000~7000명의 해외 입국자가 들어와 자가 격리자로 분류되면 2주 내로 전국 자가 격리자 수는 10만명에 이르게 된다.

각 지자체는 입국자 귀가, 자가 격리 관리로 비상이 걸렸지만 정작 정부는 "자가 격리 앱이 있어 괜찮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행안부 관계자는 "자가 격리 앱을 활용하면 공무원 1명이 격리자 20, 30명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며 "지자체에서 10명 정도가 (앱으로) 200명, 300명 전부 관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식에 의존하는 아마추어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자가 격리 앱 설치율은 지난달 30일 기준 81.1%다. 격리 대상자의 20%는 앱이 설치되지 않은 것이다. 앱을 설치한 자가 격리자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격리를 이탈할 가능성도 줄곧 제기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탈하면 강력한 처벌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행안부 입장이다.


[포토]해외 입국자, 곳곳 혼선…일부 KTX역 활보에 시민들 '불안'

[아산=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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