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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양동근 "긴 꿀잠 자고 깨어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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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프로선수 은퇴 기자회견

"선수 생활 중 가장 많이 한 말 미안해, 고마워였습니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레전드' 양동근(39)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함'과 '성실'을 무기로 역대 최다인 우승 반지 6개를 가진 채 코트를 떠났다.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 KBL(한국농구연맹)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지난 16년 프로 생활 동안 긴 꿀잠을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득점 없이 경기한 날에도 '아빠 잘했어'라고 말해 주는 아들을 보며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희생해 준 아내와 부모님을 위해 못다 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한국농구연맹) 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 중 유재학 감독에게서 꽃다발을 받은 후 손을 맞잡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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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은 "지금까지 선수 생활 중 가장 많이 한 말이 '쏘리(sorry·미안해)'와 '땡큐(thank you·고마워)'였다"며 "다른 가드처럼 패스를 잘해 주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그들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했을 땐 고마워서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했다.

양동근은 만약 마지막으로 딱 한 번 은퇴 경기를 치른다면, 같이 하고 싶은 선수로 서울 대방초 동기인 김도수 고양 오리온 코치, 한양대 후배 조성민(37·창원LG), 프로 초반 두 시즌을 함께 한 크리스 윌리엄스(2017년 교통사고로 사망), 소속팀 후배 이종현(26)을 꼽았다. 양동근은 "올 시즌 정규 리그가 멈추지 않았다면, 크리스가 달았던 33번을 달고 마지막 경기를 뛰려고 했는데 아쉽다. 크리스도 하늘에서 나를 응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이날 현대모비스 영구 결번이 된 자신의 등번호 6번에 얽힌 사연도 공개했다. 그는 "입단 후 3번과 6번을 놓고 고민 중이었는데, 유재학 감독님 권유로 6번을 달았다"며 "당시 말씀은 안 하셨지만, 감독님 선수 시절 번호가 6번이라 내게 물려준 것이라 생각하고 뛰었다"고 했다.

양동근이 모비스에 입단한 2004년부터 그를 지도했던 유재학(57) 감독도 "내 번호를 달고 잘 뛰어 줬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한 것이 맞는다"며 "(양)동근이가 은퇴하니 몸 어느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양)동근이는 김주성, 서장훈처럼 데뷔 때 눈에 확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늘 배우려는 자세로 성실하게 노력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다"며 "지금도 내 지시를 가장 빨리 알아듣는 동근이가 지도자로서 자기만의 색깔을 찾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FIBA(국제농구연맹)도 아시아컵 공식 인스타그램에 양동근의 국가 대표 시절 사진을 올리며 한글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 은퇴 소식을 알렸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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